농심, 신라면 건면 이어 1982년 출시했던 해피라면 출시···뉴트로 트렌드 반영
소비자가 '700원'의 저가라면
진라면으로 라면시장 점유율 치고 올라오는 오뚜기 견제에 성공할지 주목

얼마전 신라면 3세대를 내놓으면서 오뚜기와의 승부수를 띄운 농심이 또다시 새로운 라면을 내놓는다. 신제품이기는 하나, 신제품은 아니다. 1982년 농심이 출시했던 해피라면이 그것이다. 가격도 낮췄다. 1000원인 신라면 건면에 비해 300원 저렴한 700원이다. 1000원 봉지면 시대에 드문 '저가 라면' 이다. 

농심은 이번주 내로 해피라면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18일 밝혔다. 컨셉은 뉴트로(New+Retro의 합성어로 복고를 새롭게 즐긴다는 뜻의 신조어)다. 700원이라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도 뉴트로 컨셉의 연장선상에서 정해졌다. 농심 관계자는 "가격은 재료에 맞게 책정된다"면서 "해피라면이 뉴트로 컨셉이다보니 가격도 옛날 가격으로 맞춘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해피라면은 1992년 출시된 오뚜기 스낵면이나 1970년 출시된 삼양 쇠고기면 등과 비슷한 제품일 것으로 보인다. 가격도 스낵면(편의점 기준) 700원과 같다. 

업계에서는 농심의 이같은 신(新)라면 출시 러시를 오뚜기 견제로 해석하고 있다. 수십년간 라면 1위 자리를 놓친 적 없는 농심 신라면이 최근 오뚜기 진라면으로부터 1위 자리를 위협받고 있어서다. 농심 신라면은 과거 대형마트 전체 매출 2위에도 올랐던 '국민 라면'이었다. 한때 70%선이었던 농심의 국내 라면시장 점유율은 현재 50%대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9월 기준 오뚜기의 라면 시장 점유율은 26.2%였고, 농심은 55.1%였다. 지난해 신라면 시장 점유율은 0.5%p까지 따라잡은 진라면의 기세로 볼 때, 오뚜기의 30% 점유율 돌파는 시간문제로 여겨진다. 농심 입장에서는 발등의 불이 떨어진 셈이다.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다만 농심은 해피라면과 진라면과의 경쟁 구도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농심 관계자는 "진라면과 대결하는 구도로 비치고 있는데, 해피라면은 뉴트로풍 라면으로 고유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농심 말대로 뉴트로가 인기이긴하다. 삼립SPC는 80년대 인기빵이었던 우카빵·떡방아빵을 이달부터 판매하고 있다. 최근 을지로의 술집과 카페가 뜨는 이유도 레트로풍의 분위기를 2030이 적극적으로 소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트로' 해피라면이 아니더라도 농심은 급하다. 이 때문에 최근 진라면과 정면 대결을 시작한 3세대 신라면의 반격에도 관심이 쏠린다. 농심은 신라면 건면을 9일 출시했다. 건면 출시는 튀기지 않은 면을 특징으로 한 신제품을 출시함과 동시에 소비자에게 기존 신라면을 다시금 환기시키는 효과도 있다. 2세대 신라면이 '사골, 블랙' 등 묵직한 느낌이었다면 3세대 신라면은 라이트(light)가 컨셉이다. 소비자는 취향에 따라 신라면 3종류 중 원하는 신라면을 골라먹으면 되는 것이다.

농심과 신라면의 각축전도 재미있지만, 불닭볶음면 시리즈를 앞세워 꾸준히 점유율을 키워나가는 삼양도 지켜볼만하다. 2016년 10.7%였던 삼양식품의 라면시장 점유율은 2017년 11.1%로 확대했고, 지난해 3분기 기준 14.6%까지 성장했다. 아직 10%대에 머물고 있어서 그렇지, 성장세로만 보면 어떤 업체보다도 가파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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