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권 강화 패러다임 변화에 자금 유입
KB주주가치포커스·한국밸류10년투자주주행복 등, 코스피 상승률 밑돌아
주주가치 제고 움직임 아직 초기 단계···공모 10%룰도 한계 요인

국내 투자시장에서 주주권 행사가 화두가 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활용한 공모 펀드들은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않고 있어 주목된다. ‘KB주주가치포커스’ 펀드와 ‘한국밸류10년투자주주행복’ 펀드가 대표적인데, 두 펀드 모두 시장 수익률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주가치 제고 움직임이 아직 특정 종목 위주로만 이뤄지고 있는 점이 이같은 결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주권 행사에 따른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와 비슷한 투자 전략을 취하는 국내 사회책임투자펀드(SRI, 환경·사회·지배구조 등에 성과를 내는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 25개의 전체 설정액은 지난 14일 기준 3582억원으로 최근 1년 사이에만 820억원이 유입됐다. 주주권 강화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기대감이 공모 펀드 시장에 깃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와는 달리 아직까진 성과 측면에서 뚜렷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대표적으로 주주권 강화 흐름을 포착해 지난해 3월 출시된 KB자산운용의 ‘KB주주가치포커스증권투자신탁(주식)C-F’는 올들어 2.43% 수익률을 기록했다. 최근 3개월과 1개월 기준으로는 각각 3.71%, 4.04% 수익률을 보였다. 이는 코스피가 올해 기준 8.5%, 최근 3개월과 1개월 기준으로는 각각 4.36%, 5.51% 오른 것에는 못 미친다.

지배구조에 방점을 찍은 한국투자밸류의 ‘한국밸류10년투자주주행복’ 펀드도 시장을 이기진 못하고 있다. ‘한국밸류10년투자주주행복증권투자신탁(주식)C’의 올해 수익률은 6.33%다. KB주주가치포커스 펀드보다는 수익률이 높지만 같은 기간 코스피(8.5%)나 국내 주식형펀드(8.11%) 수익률을 넘어서지 못한다. 시장 초과 수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에게는 아쉬운 성적인 셈이다.

이같은 모습은 아직 주주가치 제고 움직임이 전체적으로 나타나지 않은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펀드들의 차별화된 투자 전략은 주주가치 제고 가능성이 있는 저평가된 기업에 투자해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하는 데 있다. 이로 인해 해당 상장사가 태도를 바꿔 주주가치 제고에 나선다면 투자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접근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펀드에 온기가 닿을만큼, 적극적 주주권 행사에 따른 기업들의 변화나 주가 상승 사례가 많지는 않다.

특히 공모펀드의 태생적 한계도 이같은 모습의 배경으로 지적된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투자하는 기업의 주주가치 제고를 이끌어 내기 위해선 지분율이 높을 수록 유리한데, 자본법 상 전체 자산의 10% 이상을 한 종목에 투자할 수 없다”며 “이러한 한계 탓에 주주가치 제고 가능성이 있는 일부 종목을 제외하곤 다른 펀드들에 비해 차별화되지 않은 종목들이 포트폴리오에 담길 수밖에 없다. 그렇다보니 시장 수익률과 비슷해 지는 것”이라 설명했다.

다만 향후 주주권 강화 움직임 확대에 따른 배당 증가, 지배구조 개선 등이 지속적으로 일어난다면 이들 펀드들이 직간접적으로 수혜를 받을 가능성은 높게 점쳐진다. 더불어 이러한 펀드들은 내재가치 대비 저평가된 가치주 종목들로 우선 구성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각에선 이를 변동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주주권 강화라는 패러다임 변화가 시작되면서 관련 펀드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 사진=각사 홈페이지.
주주권 강화라는 패러다임 변화가 시작되면서 관련 펀드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 사진=각사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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