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유광렬 전 대표 후임자 물색···서울 황우성 회장, 원가절감 등 적자 해소 추진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제약사들이 각 사 사정에 따라 전문경영인 체제를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가운데, 동화약품과 서울제약이 대조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동화약품은 지난해 말 물러난 전문경영인 유광렬 전 대표 후임자를 물색하고 있다. 반면 서울제약은 지난해 8월 복귀한 황우성 회장이 적자 해소를 추진하고 있다.  

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전문경영인을 영입, 회사 경영을 맡기는 체제는 쉽게 결정할 사항은 아니라는 해석이 적지 않다. 일부 제약사는 수년간 전문경영인에게 대표이사를 맡겼다가 다시 오너가 복귀하고, 다른 제약사는 수년간 오너 체제에서 외부 영입인사에게 전권을 넘기기도 하는 사례가 잇달아 진행된다.  

결국 회사 경영 상황, 오너가 전문경영인에게 전권을 넘겨줄 수 있는 지 여부 등을 면밀히 검토해 결정할 수 있는 사항으로 판단된다. 최근 전문경영인 체제와 관련, 업계 주목을 받는 제약사로 동화약품과 서울제약이 손꼽힌다.  

우선 동화약품의 경우 지난해 3월 취임했던 유광렬 대표가 같은 해 말 전격 사임했다. 동화약품은 당초 창업주 3세인 윤도준-윤길준 대표 체제를 운영해왔다. 이어 동화는 지난 2008년 2월 사원 출신 조창수 대표를 선임한 이후 지난해 말까지 오너와 전문경영인 대표 체제를 유지해왔다. 

그동안 조창수 전 대표를 포함, 동화약품 대표이사를 역임한 인물은 총 6명이다. 박제화, 이숭래, 오희수, 손지훈, 유광렬 전 대표였다. 이 기간 동안 오너인 윤도준 회장은 각자 대표를 유지해왔다.

한 가지 눈길을 끄는 점은 유광렬 전 대표는 물러났지만 동화약품은 지난해 사상 첫 연매출 3000억원을 돌파한 것이다. 지난달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동화약품은 3066억원 매출을 올렸다. 전년 대비 18.4%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도 112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2.2% 늘었다. 

유광렬 전 대표 등 그동안 거쳐간 동화약품 전 대표들은 재임 기간은 상대적으로 짧았지만 능력을 갖춘 전문경영인으로 평가 받고 있다. 연매출에 있어 일부 하락세도 있었지만 지난 2015년부터 상승세를 타며 결국 창립 이후 처음 연매출 3000억원 고지를 달성한 것이다.

동화약품은 현재 전문경영인을 물색 중이라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현재로선 신임 대표에 대해 결정된 것이 없다”고 언급했다.

반면, 서울제약은 최근 수년간 전문경영인을 중용하다 결국 오너가 전면에 다시 나선 사례로 분석된다. 이 회사는 오너 2세인 황우성 회장이 지난 2013년 3월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며 전문경영인 체제를 운영해왔다. 처음 나선 대표는 박진규씨다. 이후 2014년 3월 오충근씨, 2015년 3월 이윤하씨, 2015년 11월 김정호씨 등 전문경영인이 대표로 전권을 행사하며 서울제약 경영을 이끌어왔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전격적으로 황우성 회장이 대표이사로 복귀하고 기존 김정호 사장은 대표에서 물러나며 부회장으로 추대됐다. 서울제약 관계자는 “5년여 만에 황 회장이 직접 대표이사로 경영일선에 복귀한 것은 회사 적자가 심화되는 상황을 방치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실제 가장 최근 공시한 지난해 3분기 누적 실적을 보면 서울제약은 326억5900만원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전년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됐다. 순이익도 전년 적자가 악화됐다. 손실액은 지난해 3분기 누적 38억1300만원이다. 이처럼 악화되는 경영실적을 고민했던 황 회장이 회사를 위해 경영에 복귀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 서울제약 입장이다.

공교롭게 황 회장 복귀 후 서울제약에는 악재도 겹쳤다. 지난해 11월 하순 ODF(구강붕해필름) 제품 중 발기부전치료제인 불티움의 중동 판매공급계약이 해지됐다. 이어 12월 중순에는 불티움의 대만 공급계약도 해지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이 2건의 계약은 지난 2014년 체결된 건이다. 황 회장과는 직접 관련이 적은 편이다.

이같은 악재에도 황 회장은 경영 복귀 후 회사의 최대 현안인 적자 해소를 위해 원가절감, 인력 감축 등을 밀어붙인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2017년 기준 서울제약 매출원가는 44%로 확인돼 제약업종에서는 상대적으로 우수한 편이다. 하지만 황 회장이 적자 해소를 위해서는 원가절감이 필요하다고 판단, 회사 경영의 주요 지침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임 김정호 대표가 주도해 영입한 대웅제약 출신들도 자의나 또는 타의로 서울제약을 떠났거나 떠날 예정인 것으로 파악된다. 구체적으로 확인된 내용은 정종근 부사장 한명 뿐이다. 대웅제약 부사장 출신인 그는 지난 2017년 5월 서울제약에 합류했다가 지난해 12월 31일 퇴임했다. 서울제약은 지난해 말 신입사원을 공채했고, 간부급 사원은 채용을 유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 회장이 추진하는 적자 해소의 한 방편으로 풀이된다.

복수의 제약업계 관계자는 “오너인 황 회장이 회사에 대한 애착이 커 적자 해소를 위해 친정체제를 구축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회사와 오너 등 복잡한 요소를 신중하게 검토해 전문경영인 체제를 진행할지 결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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