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분석] 日 초계기 갈등 배경···‘샌프란 체제 변화’·‘한국 불신 증대’
“비핵화 진전 위해 한일 갈등 관리 필요”

국방부가 지난 24일 오후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P-3 초계기가 우리 해군 구축함 대조영함 인근으로 초저고도 위협비행을 한 사진을 공개했다. / 사진=연합뉴스
국방부가 지난 24일 오후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P-3 초계기가 우리 해군 구축함 대조영함 인근으로 초저고도 위협비행을 한 사진을 공개했다. / 사진=연합뉴스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최근 악화되는 한일 갈등을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가시권에 들어온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진전 로드맵과 북일관계 정상화를 위해 한일 관계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한일 간 초계기 갈등 배경으로는 한반도 평화체제 가능성 확산에 따른 기존의 샌프란시스코 체제 변화와 일본의 한국 불신 증대가 거론됐다. 

한일 관계가 점점 나빠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판결, 11월 화해·치유재단 해산 결정으로 관계가 악화됐다. 지난해 12월 이후 한국과 일본은 군사적 갈등도 보였다. 초계기 사건이다. 일본 정부는 한국군 함정이 동해에서 자위대 초계기에 사격 통제를 위한 레이더를 쐈다며 항의했다. 한국 정부는 일본 초계기를 직접 겨냥한 것이 아니며 일본 초계기의 근접저공 비행이 문제라고 대응했다. 이후 초계기 사건을 둘러싼 갈등은 커졌다.

국내 일본 전문가들은 한일 관계 갈등이 악화되는 배경으로 샌프란시스코 체제 변화와 일본의 한국 불신 증대를 꼽았다.

지난해부터 북한 비핵화를 위한 북미협상이 시작되고 한반도 평화체제가 논의되면서 기존의 샌프란시스코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체제는 일본과 연합국이 1951년 맺은 평화 조약이다. 일본은 이 체제를 기반으로 해서 미일 동맹으로 안전을 보장 받고 경제를 발전시켜왔다.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는 “한일 초계기 갈등의 배경에는 기존 샌프란시스코 체제가 흔들리는 상황이 있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북미 협상에 따른 정전협정 변화 가능성이 샌프란시스코 체제를 흔들고 있다”며 “일본은 지금껏 이 체제 안에서 미국과 군사동맹을 맺고 경제를 발전시켜왔다. 이것이 흔들리면서 일본이 불안을 느끼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승원 고려대 글로벌일본연구원 원장은 “초계기 갈등의 일면에는 샌프란시스코 체제가 위협을 받으면서 일본이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미국에게 보내는 신호도 담겨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한일 정부 간 불신이 커진 점도 갈등 악화의 주 요인으로 꼽혔다.

남 교수는 “강제징용 배상 판결, 화해·치유재단 해산 결정 등으로 한국 정부에 대한 일본의 불신이 작년 하반기부터 커졌다”며 “이번 초계기 갈등은 과거 같으면 실무 차원에서 해결이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불신이 커진 지금은 해결이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일 관계 관리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우리 정부가 원하는 한반도 비핵화 진전과 평화체제를 위해서도 한일 관계가 좋아야 한다는 것이다.

남기정 교수는 “한일 갈등이 이어지고 만일 동해상에서 한일 간에 조그만 우발적 충돌이라도 일어나면 2차 북미정상회담 후 비핵화 로드맵이 제대로 진행되기 어렵다”며 “이후 북일 관계 정상화가 필요할 때도 한일 관계가 나쁘면 한국이 개입할 여지가 없어진다. 이처럼 남북관계와 한일관계는 연관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면우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일본 정부에 대한 실용적 투트랙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부소장은 “지금 정부는 과거사와 경제 문제 등을 투트랙으로 접근한다고 하지만 사실상 과거사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이를 보다 실용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진구 극동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한일 양국은 문제의 책임을 상대에게 떠넘기지 말고 논의와 협의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아직 한일 갈등은 실무선에서 해결이 가능하다고 본다. 이런 때일수록 한일 당국자가 만나야 한다”며 “최근 한국과 일본이 서로 계획된 훈련 등에 불참하기로 한 것은 이런 점에서 좋은 모습이 아니다”고 했다.

지난 27일 우리 해군은 다음 달 예정됐던 1함대사령관의 일본 해상자위대 기지 방문계획을 취소했다. 일본 방위성도 해상자위대 함정의 올해 4월 부산항 입항계획 취소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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