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AC ‘가성비 평가’ 결과 상위 15개 차량 중 5개 모델이 현대·기아차
해치백·왜건 등 유럽 맞춤형 전략 모델 주효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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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자동차가 미국과 중국 시장에선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유럽시장에선 약진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유럽에서 이른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 무엇보다 실용성을 중시하는 유럽인들 성향을 적절히 공략했다는 평가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유럽연합(EU)과 유럽자유무역연합(EFTA)에서 승용차 103만7596대(등록기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99만5383대) 대비 4.3% 증가한 수준으로, 현대·기아차는 유럽 시장 진출 이후 처음으로 연간 판매량 100만대를 넘어섰다.

반면, 세계 주요 자동차 시장으로 꼽히는 미국과 중국에서 부진은 여전하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전년 대비 0.3% 감소한 126만대 판매를 기록했고, 중국에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이후 판매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유럽 시장에서 4.3%나 판매를 끌어올린 것이 더욱 두드러지는 대목이다.

현대·기아차의 유럽 시장 호실적 배경으로는 현지 맞춤 전략이 꼽힌다. 유럽에서는 우리나라와 달리 실용성이 강조된 소형 해치백 모델의 인기가 높다. 차(車)가 차주의 신분을 나타내기 보단 ‘짐을 실어 나르는 수단’이란 인식이 강한 탓이다.

현대·기아차는 이를 고려해 ‘가성비’ 높은 전략 차종으로 유럽에서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현대차는 소형 해치백과 왜건 등의 상품으로 구성된 ‘i시리즈’를 내세우는데, 경차 모델인 i10부터 해치백 i30, 왜건 i40, 성능이 강조된 i30N 등 총 11가지 모델을 제공한다. 기아차 역시 유럽 한정 모델인 준중형 해치백 씨드 등을 통해 호성적을 거두고 있다.

독일에서 i30를 운전하는 안나 트란(23)씨는 “현대·기아차에 대한 인식이 과거와 비교해 많이 좋아졌다”며 “사람들이 세컨드카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의 유럽 시장 전략이 통한다는 것은 판매 뿐 아니라, 차량 테스트 결과로도 증명된다. 지난 15일 독일 자동차연합회 아데아체(ADAC)는 ‘2018 자동차 가성비 테스트’ 결과를 발표했는데, 다수의 현대‧기아차 차량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평가는 차량 가격, 차량 성능, 합산 등으로 이뤄졌으며 전체 110개 차량들을 대상으로 했다. 숫자가 낮을수록 높은 점수를 의미한다.

기아차 씨드 1.6 CRDi 모델은 가격에서 1.7점, 성능에서 2.3점을 받아 합산점수 2.0을 획득해 두 번째로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전체 110여대 차량 중 씨드 1.6 CRDi에 앞서는 모델은 폴크스바겐 e-골프 등 1.9점을 획득한 4대 뿐이었다. 이밖에도 현대차는 i20 1.0 T-GDI, 코나 1.0 T-GDI, 코나 일렉트릭 등이 높은 점수를 받아 상위 15개 모델 중 현대‧기아차 차량 5개나 이름을 올렸다.

전문가들 역시 현대·기아차의 유럽 시장 성적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실제로 i30를 타봤는데 차량 성능이 굉장히 뛰어나다. 국내 시장과 달리 실용성을 주로 따지는 유럽에선 인기가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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