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남용·강요죄로 처분 가능” vs “증거 부족” 이견도
檢 “양승태 등 법원 관계자 수사 먼저···정치인 사건 나중에”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여야 전·현직 국회의원 4명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와 상고법원 입법을 두고 재판거래를 했다는 검찰의 수사결과가 나온 가운데,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당사자로 지목된 의원들을 형사처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검찰은 서 의원과 관련해 처분규정이 없어 불기소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범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해 기소가 가능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검찰은 지난 15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추가기소했다. 상고법원 도입 등 법원행정처의 현안에 도움을 받을 목적으로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이던 서 의원의 민원과 관련해 법관 등에게 연락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는 게 공소사실의 요지다.

전병헌 전 민주당 의원, 노철래·이군현 전 자유한국당 의원(당시 새누리당)과 관련된 구체적인 공소사실도 담겼다. 검찰은 네 명의 전·현직 의원과 관련된 임 전 차장의 공소사실에서 공통적으로 “국회의원으로부터 사법부에서 추진하는 정책 및 법안 등에 계속 협조를 얻을 목적이 있었다”고 적시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 네 명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는 확정해 답하지 않았다. 서 의원의 경우 검찰은 참고인신분으로 서면조사만 진행했다. 검찰은 관련 처분규정이 없어 서 의원에 대해 불기소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서 의원에게 형사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의견들이 나온다.

백원기 대한법학교수회 회장(국립인천대 교수)은 “국회의원은 선출직이기도 하지만 정무직 공무원으로서 법적 지위를 갖는다. 형법이 규정하고 있는 공무원의 직무범죄의 주체가 될 수 있다”라며 “검찰은 수사를 통해 (서 의원을) 직권남용죄, 대가성이 있는 청탁의 경우 뇌물수수죄 등,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등으로 기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백 회장은 “서 의원을 이 사건의 주범으로 봐야한다”며 검찰의 수사 방향을 비판했다. 그는 “이 사건의 핵심은 청탁의 존재 유무이고, 청탁은 서 의원이 했다”라며 “검찰 수사가 양승태 사법부를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주범과 공범이 뒤바뀐 상황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판사 출신인 서기호 변호사 역시 17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서 의원은) 굉장히 구체적인 청탁을 했다”라며 “임 전 차장의 직권남용죄 공범으로까지 수사 받고 기사될 수도 있는 수준”이라고 짚었다.

반면 청탁의 대가 등이 불확실해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재경지법 한 판사는 “서 의원이 이 사건 청탁과정에서 법원행정처에 금전을 전달했다거나 국회의원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증거가 부족해 강요나 직권남용죄에 해당하지 않을 것 같다”면서 “공직자에 대한 부정청탁 등을 금지한 청탁금지법도 적용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청탁금지법은 2016년 11월 시행됐으며, 이 사건 청탁이 있었던 2015년 5월에 있었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서 의원에게 정치적·도덕적 책임을 물을 순 있으나, 법적 책임을 묻기엔 어려워 보인다”면서 “검찰도 상당한 내부 논의를 거쳐 불기소로 의견을 모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국회와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법원 관계자들의 사법농단 의혹을 밝혀내는 데 우선 수사력을 모으겠다는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정치인 등 재판 개입 관련 법원 외부 인사들에 대한 처분 가능성 문제는 법원행정처의 재판 개입 수사 이후 충분히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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