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하고 구체적 이야기 오가기 힘든 방식 아쉬워···오간 이야기 실제 정책 반영 여부 관건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기업이 커가는 나라, 함께 잘사는 나라'라는 슬로건으로 열린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기업이 커가는 나라, 함께 잘사는 나라'라는 슬로건으로 열린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재벌 총수를 비롯한 기업인들의 간담회가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밀실에서 오가던 정부와 기업의 대화의 장을 수면 위로 끌어냈다는 평을 받지만, 역시 만남 방식에서 드러낸 한계점도 존재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15일 이뤄진 문재인 대통령과 대기업 및 중견기업인들과의 대화는 사전 시나리오 없이 진행되는 ‘타운홀미팅’ 형식으로 이뤄졌다. 각 기업의 현안들에 대해 대통령과 총수들이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는 방식이었다. 예를 들어 현대그룹의 경우 대북사업에 대해, 삼성은 반도체 시장 하향에 대해 가벼운 대화를 나눴다.

이번 대통령과 기업인들의 만남은 수면 아래서 이뤄지던 정권과 재계의 접촉을 양지로 끌어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지난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와 기업의 밀실만남과 비교하면 투명하고 자연스러운 방식이었다는 점에선 높은 평가를 받는다.

다만, 사실상 처음으로 이뤄진 대화 방식인 만큼 과제도 남겼다는 지적이다. 재계에선 이구동성으로 꼽는 아쉬운 점은 민감하고 구체적인 대화가 오가지 못했다는 점이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이번 대화의 아쉬운 점은 기업들이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지배구조 문제 등 민감한 내용은 사실상 제대로 대화가 오가지 못했다는 점”이라며 “또 대통령 선에서 오갈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지만 고용과 투자, 지원 등과 관련해서도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이 나왔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실상 여러 기업이 한꺼번에 대화를 하는 ‘타운홀미팅’이라는 방식의 특성상 애초에 민감한 이야기들은 불가피했다는 분석도 있다. 해당 간담회에 총수가 참석한 한 대기업의 관계자는 “(총수가)참석을 하셔도 그 자리에서 민감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여론 등을 고려하면 기업 입장에선 마냥 편하게 다 이야기하기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자리고, 결국 덕담이 오가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당연한 것”라고 전했다.

문재인 정권은 그 어느 때 정권보다 재계와 접촉이 조심스럽다. 이전 박근혜 정권 때 국정농단 사태로 정권과 대기업 총수의 비공개 단독 면담 자체가 부정적인 것으로 여겨지게 돼 자칫하면 야당으로부터 역공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여권 인사는 “박근혜 정권의 후유증으로 이제 과거에 아무렇지 않게 이뤄졌던 기업과 정권의 만남도 조심스러운 것이 돼 버렸다”고 토로했다. 이런 가운데 기업인들과 투명하게 만나면서 동시에 실리까지 챙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란 평가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해당 만남이 성과를 거둘 수 있으려면 결국 기업들이 해당 만남을 통해 실질적으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대화를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나아가 실제로 그것이 정책에 반영이 되고 변화가 이뤄져야 기업들이 앞으로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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