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기업들 “가동 중단으로 수익 줄었는데 어떻게 내나”…정부 차원 제도 개선 논의 요구

지난 5월 21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개성 공단. / 사진=연합뉴스
지난 5월 21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개성 공단. / 사진=연합뉴스

 

“2016년 개성공단 가동 중단으로 경협보험금 70억원을 받았다. 공단이 다시 열릴 경우 약관에 따라 이를 다시 반환해야 한다. 경협 보험이 투자액만 보장하고 3년여간 공단이 멈춘데 따른 영업손실을 보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3년간 공단이 폐쇄돼 수익이 많이 줄었는데 이를 어떻게 내야할지 부담이다. 경협보험은 실물자산에 대한 보장도 부족하고, 보험액 한도도 제한적이다.”

2005년부터 개성공단에 입주해 광통신 소재부품 등을 생산한 한 기업 대표의 이야기다.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공단이 다시 열릴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보이면서도 공단 재개 시 막상 반환해야 하는 경협 보험금에 대해 부담감을 나타냈다.

지난 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조건 없는 개성공단 재개 의사를 밝히고, 북미 지도자도 편지와 화답을 통해 2차 북미정상회담 의지를 보였다. 이에 개성공단 기업인들도 공단 재개 기대감을 보였다.

유창근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은 “당장 공단이 재개되는 것은 아니지만 조만간 자산 점검을 위한 방북 신청 등을 하려 한다”고 말했다.

기업인들과 남북경협 전문가들은 공단 재개 전에 미리 안정적 기업 경영환경을 갖춰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경협 보험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은 2016년 2월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에 따라 업체 당 최대 70억원의 경협 보험금을 지급받았다. 그러나 기업인들은 공단이 재개될 경우 이 보험금을 다시 반환해야 한다며 부담감을 토로하고 있다. 경협보험 약관은 기업의 투자손실에 대해서만 보상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이 폐쇄될 경우 발생하는 영업 손실은 보상하지 않는다.

또 경제협력사업 보험 취급기준에 관한 고시 제30조2 3항은 ‘기금은 손실액에 대한 보험금 지급 후 사업이 재개된 경우 대위권을 행사하기 전 보험계약자에게 통지일로부터 1개월 이내에 반납기한을 정해 보험금 반납을 요청할 수 있다’고 했다. 공단이 재개되면 시설물 등을 다시 사용할 수 있기에 보험금을 반환해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입주 기업들은 2013년 개성공단 중단 후 재개 과정에서 지급 받았던 보험금을 반환했다. 당시 4월 북한이 공단을 일방적으로 중단시켰다. 기업들은 경협보험을 통해 1761억원의 보험금을 지급받았다.

그러나 2013년 9월 개성공단이 재개된 후 기업들은 보험금을 일시에 반납하고 개성공단에서 생산을 다시 시작했다. 일시 반환할 여력이 없던 일부 기업들은 분할 납부했다.

유창근 부회장은 “2013년 공단이 5개월 중단됐을 때도 많은 기업들이 공단 재개에 따라 보험금을 일시 반환하느라 힘들었다”며 “지금은 3년간 공단이 장기 폐쇄돼 있는 상황에서 수익을 올리지 못한 기업인들이 보험금을 갚기 더 어려워졌다”고 했다.

경협 전문가는 정치적 상황으로 인한 공단 중단에 따른 영업 손실을 보상하도록 경협보험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택식 강릉원주대 법학과 교수는 “남북경협보험은 기업의 투자손실에 대해서만 보상한다. 개성공단이 폐쇄될 경우 발생하는 영업 손실은 보상하지 않는다”며 “2016년 공단 중단 사태로 전문 기관이 확인한 피해액은 7779억원이었나 2016년 6월 기준 기업들이 보상받은 금액은 30%도 미치지 못했다. 경협보험이 피해보상 기능을 제대로 못하는 것은 기업들의 영업손실을 보상하는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이를 고려해 경협보험에 기업휴지보험을 도입하면 기업들의 실질적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경협보험을 주관하는 통일부는 공단이 다시 가동할 경우와 관련해 “보험금은 완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다만 2013년 개성공단 일시중단과 2016년 전면중단으로 인한 보험금 지급과정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행 보험제도 개선을 검토해오고 있다. 구체적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외에 경협보험이 실물자산을 보장하지 않는 점과 70억원의 한도 부분도 개선점으로 꼽혔다.

안 교수는 “경협보험은 경협 사업자가 초기에 투자하는 고정자산 또는 자본금을 대상으로 결정한다. 그러나 기업들이 경영활동 중 발생시킨 유동자산의 규모도 크다”며 “투자자 피해를 경협보험으로 보상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경협보험금 기준은 자산기준이 아닌 장기차입금과 등록자본금만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기계설비 등 대규모 장치산업을 투자한 기업들은 실제 기업가치나 투자내용에 비해 낮은 수준의 보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경협보험은 장부가치 외에 실질적인 기업 가치를 담보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경협보험의 기업별 가입한도는 70억원이다.

김서진 개성공단기업협회 상무는 “기업 가운데 개성공단에 70억원 이상 투자한 곳도 있다. 공단 운영과정에서 새 설비가 들어간 곳도 있었다. 70억원 한도로는 부족하다”며 “공단이 재개 돼 확대될 경우 기계, 설비 등 기술집약적 업종들은 투자규모가 기존 업체들보다 크다. 지금의 한도로는 더욱 부족해진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안 교수는 “현재 경협보험 보상은 남북협력기금에만 의존하고 있다. 무역보험, 국가보험제도 등을 이용해 보상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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