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생명 실적 부진에 생보사 M&A 가능성↑…첨예한 노사 갈등도 해결 과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 사진=연합뉴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 사진=연합뉴스

KB금융지주가 올해도 리딩금융지주 수성을 다짐했다. 이를 위해 계열사 간의 협업과 디지털뱅킹, 인수합병(M&A)을 강조했다. 올해 신한금융지주와의 리딩금융 쟁탈전이 치열할 것으로 보여 KB금융이 조직 효율화와 그룹 차원의 경쟁력 강화를 내세운 것이다. 

그러나 오는 8일 KB국민은행지부(이하 국민은행 노조)가 총파업을 예고하는 등 KB금융 최대 계열사인 국민은행이 노사 관계 정상화에서 계속 실패하는 모습을 보여 조직 갈등 해결이 중요한 사안이 됐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신년사에서 지주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계열사 협업과 계열사별 시장 지위 강화, 디지털 강화, M&A를 통한 사업영역 확장 등을 핵심 경영 목표로 내세웠다. 윤 회장은 “‘One KB’의 가시적인 성과를 바탕으로 압도적인 리딩금융그룹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모든 계열사가 초심으로 돌아가 본연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사업 부문별로 유기적인 협업을 통해 시장을 주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스타벅스 애플리케이션(앱)을 예로 들며 “최근 미국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모바일 결제 앱은 구글이나 애플페이가 아닌 스타벅스 앱으로 전체 결제의 40%가 앱을 통해 이뤄진다”며 “우리도 핵심 플랫폼을 고도화해 고객의 활용도를 높이고 데이터 분석 정교화를 통해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전했다. 

KB금융 최대 계열사인 허인 국민은행장도 디지털 혁신을 주요 경영 지표로 내세웠다. 그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은행의 모든 업무를 디지털로 재해석해 시간과 노력을 줄이고 그렇게 확보된 여력을 가치가 높은 업무에 집중하자는 것”이라며 “봄이 오면 ‘스마트 예약상담제’가 전(全)지점으로 확대되고 전국 700여개 지점에 우선 시행한 디지털 창구 적용도 완료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수익 약화된 KB생명…KB, 생보사 인수합병 추진할까

KB금융은 윤 회장의 신년사처럼 올해 금융사 M&A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금융권에서 비은행 부문의 M&A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재 KB금융은 은행업, 신용카드업, 금융투자업, 보험업 부문 등에서 12개 주요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KB금융은 지난 2014년 우리파이낸셜(현 KB캐피탈), 2015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2016년 현대증권(현 KB증권) 등 주요 계열사를 인수하며 몸집을 불리고 비이자이익을 강화했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 KB손해보험의 당기순이익이 2611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2억원(7.2%) 감소했다. KB생명보험도 134억원으로 99억원(42.5%) 크게 줄어드는 등 계열사의 시장 경쟁력이 뒤처지고 있다. 같은 기간 신한생명의 당기순이익은 1292억원으로 KB생명보다 9.6배 더 컸다. 신한생명의 당기순이익도 1년 전보다 25% 크게 증가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윤 회장이 인수합병을 말한 것은 생명보험사 인수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며 “KB생명의 실적 악화가 지주사의 실적 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윤 회장의 고민이 반영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해 신한금융이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합병하는 등 비은행 계열사 강화를 통한 리딩뱅크 탈환에 들어가며 KB의 비은행 부문 강화가 올해 주요 경영 정책으로 떠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11월 서울 KB 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KB 금융지주 임시 주주총회에서 노조원 주주가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에게 손을 들어 질의하고 있다. 이후부터 지금까지 KB금융은 노조와의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017년 11월 서울 KB 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KB 금융지주 임시 주주총회에서 노조원 주주가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에게 손을 들어 질의하고 있다. 이후부터 지금까지 KB금융은 노조와의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노사 갈등 장기화, 해결 과제로 떠올라 

KB금융은 노조와의 관계 개선도 올해 시급한 과제가 됐다. 국민은행 노조는 오는 8일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KB금융은 1년 넘게 노조와의 대립 관계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은행 뿐 아니라 지주 전체의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국민은행 노조는 지난해 12월27일 총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투표 조합원 중 1명1511명(96.01%)이 찬성하며 조합원의 지지를 끌어냈다. 노조에서는 “일각에서 노조의 성과급 500% 요구라는 허위 내용을 퍼뜨리고 있고 성과급만을 위해 총파업에 나선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사실과 다르다”고 전했다. 

한 국민은행 노조 관계자는 “국민은행 노조는 금융노조와 사용자협의회가 산별교섭을 합의한 지난 9월 18일 이후 대표자교섭을 포함해 총 12차례의 교섭을 실시하는 등 지속해서 대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현재 산별교섭에서 이뤄진 합의사항조차 지켜지지 않는 것이 부당하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윤 회장이 신년사를 통해 ‘소통’을 강조한 만큼 은행 측이 올해 노조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적극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윤 회장은 “디지털 문화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통이다”라며 “무엇이든 이야기할 수 있고 용기 있게 도전할 수 있는 자유롭고 창의적인 기업문화를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은행 노조 관계자는 “타협을 위해 대화 시도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현재 총파업을 철회할 정도의 대화는 진행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민은행과 다른 은행의 가장 큰 차이점은 노사 갈등”이라며 “조직 내 갈등을 해결하는 과제가 KB의 가장 큰 과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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