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피해액 작년 3340억원…금감원 등 AI 접목해 피해 예방 나선다

지난해 10월 서울역 앞에서 열린 보이스피싱 제로 캠페인에서 농협·금감원·경찰청 임직원들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국내 은행권이 보이스피싱 피해 근절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보이스피싱 수법이 갈수록 진화하면서 피해액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당국과 은행들이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집중적인 보이스피싱 근절 홍보 활동, 인공지능 기술 도입 등을 통해 보이스피싱 범죄와의 전쟁을 이어갈 예정이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까지 발생한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334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83.9% 증가했다. 또 지난해 1∼10월 대포통장 발생 건수는 4만7520건이다.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5.2% 늘었다.

금융감독원과 금융권은 보이스피싱 피해가 크게 증가한 원인으로 갈수록 진화하는 수법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검찰, 금감원 사칭 등 고전적인 수법 외에도 20대 여성이나 40~50대 주부를 집중적으로 노리는 사기 수법도 늘고 있다. 또 검찰 홈페이지를 만들어 ‘나의 사건 조회’ 기능까지 복제한 수법도 등장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까지 발생한 보이스피싱 피해액 가운데 20~30대에서 발생한 보이스피싱 피해액이 전체의 24%를 차지했다. 노년층(19.8%)보다 심각했다. 특히 20~30대 여성 피해액이 전체의 15.7%를 기록하며 같은 연령대의 남성(8.3%) 피해 규모의 약 두 배에 달해다.

금감원은 설문조사를 통해 20~30대 젊은층이 보이스피싱 범죄수법·처벌 등에 대해 대체로 잘 알고 있지만 정부기관에서 ‘돈을 안전하게 보관해 준다’는 등 잘못된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도 35.2%나 됐다고 전했다. ‘금융회사는 대출처리 비용 등을 이유로 선입금을 요구할 수 없다’는 점을 알고 있는 20~30대 젊은층은 15.7%에 불과했다.

이에 금감원은 보이스피싱 관련 교육이 지속적으로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도 올해 모든 국민에게 연 3차례 이상 보이스피싱 경고 문자를 보내고 공익광고와 가두·창구 캠페인을 실시하는 등 대국민 홍보를 적극 실시하기로 했다.

또 정부는 보이스피싱에 사용된 전화번호의 이용중지 기간을 기존 90일에서 1∼3년으로 늘리고 명의도용 등 휴대전화 부정사용 방지를 위해 휴대전화 가입자에 대한 본인 확인 전수조사도 실시하기로 했다. 보이스피싱에 이용되는 대포통장을 제재하기 위해 인터넷전문은행에서 비대면 계좌를 개설할 때 고객 확인 절차도 강화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인공지능을 이용해 보이스피싱 피해를 예방할 계획이다. 금감원과 SK텔레콤은 지난해 12월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에 활용될 인공지능(AI) 기술 개발과 관련해 업무협약을 맺었다. SK텔레콤은 음성통화 내용으로 보이스피싱 여부를 실시간 탐지해서 알리는 AI 기술을 개발 중이다. 금감원은 기술 고도화를 위해 SK텔레콤에 사기범 음성 데이터를 제공하기로 했다. SK텔레콤과 금감원은 올해 초 관련 기술 개발을 마무리하고 상반기 안으로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또 기업은행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빅데이터 플래그십 지원사업을 통해 딥러닝을 활용한 실시간 보이스피싱 탐지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금감원과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다만 보이스피싱 범죄자가 고객 개인 휴대전화로 사기를 벌이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기 위해선 고객의 주의가 가장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이스피싱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들이 나오고 있지만 범죄를 모두 예방할 수는 없다”며 “‘나도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정부 사칭형 등 주요 범죄수법에 현혹되지 않아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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