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무원 17만4000명 증원 계획…전문가들 “민간기업이 고용 창출하도록 도와야”

정부가 공무원 17만4000명 증원을 약속함에 따라 우리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성을 띄는 이른바 ‘공시족(公試族·공무원 시험 준비생)’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 그래픽=셔터스톡

정부가 ‘공무원 17만4000명 증원’을 제시함에 따라 우리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직업 안정성을 좇는 이른바 ‘공시족(公試族·공무원 시험 준비생)’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내년 국가직 공무원을 2만1000명, 지방직도 1만5000명 증원하기로 하면서 공시족 열풍은 내년에도 이어질 모양새다. 다만 공시족 증가로 경제적, 사회적 손실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만큼 향후 경제적 문제 해결 여부가 과제로 남았다.

정부가 공무원 인원을 증원시키겠다고 밝히면서 공무원 채용시장에 뛰어드는 청년들이 급증하고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최근 발표한 ‘청년층의 취업 관련 시험준비 실태’에 따르면 취업 관련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층은 올해 105만명을 넘어섰고, 이 중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은 41만명(38.8%)에 달했다.

공무원 시험 준비생은 2012년부터 연평균 6% 수준의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는데, 정부의 공무원 증원 정책에 공시족 증가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공기업 시험 준비생도 연평균 3.9% 증가하고 있다. 반면 민간 기업 채용시험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 증가율은 2.4%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 기업의 고용 위축으로 시험 문이 좁아지자 청년들은 공무원과 공기업 채용시장으로 눈길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취업 준비생 김아무개씨(27)는 “요즘은 대기업에 들어가도 40대면 명퇴를 당하는 등 근속연수가 점차 짧아지는 추세지만 공무원은 정년도 보장되면서 연금도 나오기 때문에 취업 준비생들의 선호가 높은 편”이라며 “특히 정부가 공무원 증원을 대거 확대하기로 발표한 이후 공시족들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연령도 낮아지고 있다. 청년들은 대학에 입학하면서부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최근 발표한 ‘청년층의 취업 관련 시험준비 실태’에 따르면, 20~24세 청년층 중 공무원 시험 준비자는 2012년 11만7000명(28.1%)에서 올해 15만9000명(35.4%)으로 4만2000명이 늘었다. 이는 민간 기업 취업준비생이 같은 기간 2만4000명 늘어난 것과 비교해 2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이아무개씨(22)는 “대학 입학 때부터 취업난이라는 뉴스를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학업과 취업을 병행하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고등학생 때부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친구들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고용 안정화를 위한 정부 정책들의 제고가 필요하다고 지적함과 동시에 정부가 민간기업이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도와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제학 교수는 “공무원 급여는 세금으로 충당되기 때문에 사실 적을수록 좋은데, 만약 정부가 일자리가 없다는 이유로 공무원을 증원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며 “정부가 일자리를 늘릴 생각이라면 일자리를 늘리는 데 필요한 객관적인 필요성에 대한 검증 조사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 교수는 “안전분야, 경찰 쪽으로 공무원을 늘리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일반 행정직 공무원을 늘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정부가 민간 기업이 일자리 창출이 더디다는 비판을 내놓을 게 아니라 기업들이 일자리를 만들 여건을 조성해줘야 한다. 정부도 사실 공무원 임금 등을 예산에 다 편성할 수 없기 때문에 노동시장 개혁을 통해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기업들이 고용 상황을 진전시킬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같이 고민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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