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과 상관관계 적어”…참여정부 시절에도 효과 ‘미미’

분양가 공시항목을 대폭 늘리는 내용의 주택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내달 중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공급감소에 따른 집값 상승 우려 등의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며 우려감을 나타냈다. / 사진=연합뉴스

 

분양가 공시항목을 대폭 늘리는 내용의 주택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내달 시행될 예정이다. 정부는 분양가 원가를 공개해 집값 안정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실효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분양원가 공개는 건설사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해 오히려 공급 감소에 따른 부작용을 나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분양원가 공개항목 12개서 62개로 확대분양가 거품 잡아 적정가격 공급 기대

 

15일 업계 등에 따르면 분양원가 공개 제도는 건설업체가 아파트 등의 공동주택을 공급할 때 공사원가를 공개하는 제도이다. 현재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공공택지 내 공공·민간주택을 대상으로만 적용되고 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공시 항목은 현행 12(택지비 3·공사비 5·간접비 3·기타 비용 1)에서 62개로 늘어난다. 40일간의 입법예고 후 관계 기관 협의,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내년 1월 중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이는 분양원가 공개 제도가 처음 시행된 참여정부 시절과 비슷한 숫자다. 당시 정부는 지난 2007년 분양원가 공개 제도를 도입하면서 공공주택의 경우 61, 민간주택은 7개 항목의 원가를 공개했다. 2012년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분양원가 공개 항목을 61개에서 12개로 축소시켰고 박근혜 정부는 민간아파트 부문을 원가 공개 항목에서 아예 제외했다.

 

정부가 분양가 공개 항목 확대카드를 다시 꺼내든 이유는 공급자 위주의 주택 공급 구조를 소비자 중심으로 바꾸기 위해서다. 정부는 공시항목 확대를 통해 집값 거품을 잡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분양가상한제의 실효성이 올라가고 적정 가격에 주택 공급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분양원가 공개, 집값과 상관관계 적어

 

하지만 전문가들은 집값을 잡기 위한 분양가 원가 공개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또 집값은 경제와 정책, 수급에 좌우되지 원가공개와는 상관관계가 적다고 말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분양원가 공개 항목을 확대한다고 해도 소비자는 건설회사의 내부 정보를 다 알 수 없고 건설업체는 분양될 만한 가격으로 알아서 조정한다분양원가를 공개한다고 집값이 안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건설사의 분양원가 공개는 다른 업종과의 형평성 문제와 공급 감소와 같은 부작용을 야기 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만약 카페에서 커피 원가를 공개하면 사람들이 비싼 돈을 주고 커피를 사 먹을 수 있겠나분양원가 공개 제도가 단기적으로 집값을 안정화시킬 수는 있지만 영업기밀 사항인 원가를 공개하는 것은 건설사에게는 큰 부담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건설사들이 공급을 줄인다면 중장기적으로는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해 집값이 다시 오를 수 있다자칫하면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참여정부 시절 큰 효과 못 거둬원가 적정성여부는 풀어야할 숙제

 

실제로 과거 참여 정부 시절에 시행됐던 분양원가 공개 제도도 실제로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감정원 자료에 따르면 분양원가 공개 제도가 도입된 2007년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4.54% 상승했고 다음해에는 이보다 높은 5.01%가 올랐다.

 

건설업계에서도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공개항목이 확대되면 땅값은 물론 건축비의 상세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 이윤을 남겨야 하는 건설사 입장에서는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비용 절감도 회사의 경쟁력인데 그걸 마치 불법적인 이익을 남긴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킨다항목별로 원가를 따지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분양가를 낮추는 데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공개항목이 확대되면 땅값은 물론 건축비의 상세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이윤을 남겨야 하는 건설사 입장에서는 난감한 상황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내년부터 당장 시행해야 하는 만큼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원가를 공개했을 때 적정성 여부를 어떻게 검증할 지가 여전히 논란이기 때문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실제 공사 과정에서 바뀔 수 있는 항목이 많아 자칫하다가는 시공사와 입주자 분쟁이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다아직 원가에 대한 정의도 애매한 만큼 원가에 대한 개념을 통일하고 적정 원가를 무엇으로 판단할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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