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26일 자금지원 집행 예상‧한국GM 대화 시도에 갈등 봉합 조짐…사업계획서 검토 끝나는 내주 분수령 될 듯

/그래픽= 조현경 디자이너
연구개발(R&D) 법인분리를 두고 이견 차를 보여 온 한국GM과 산업은행의 줄다리기가 마무리될 조짐이 관측된다. 한국GM이 적극적인 양자 대화를 시도하면서 산은도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한 모양새가 됐다. 다만 아직까지 양자 간 법적 공방이 남아 있고 회사의 사업계획에 노조가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은 부담이다.

지난 13일 한국GM이 시설자금 4045억원 조달을 목적으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2대 주주인 산은은 우선주 1190만6881주를 주당 3만3932원에 배정됐다. 이로써 산은은 한국GM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당초 약정한 7억5000만달러의 출자금 가운데 미집행된 4045억원을 주금 납입일인 오는 26일까지 집행을 앞두게 됐다. 산은 측은 아직 절차적으론 주금 납입을 확정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자금 지원이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이다. 

 

산은 관계자는 “주금 납입을 완전히 확정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당초 한국GM의 법인분리 계획은 추가 자금지원과 연계된 사항은 아니었다. 한국GM이 법인분리를 하지 않아야만 출자를 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현재 약정한 대로 주금 납입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산은이 한국GM의 법인분할과는 별도로 자금 투입을 집행할 방침을 표명하면서, 한국GM도 당초 업계 우려와 달리 안정적으로 자금을 투자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10월 국감에서 이동걸 산은 회장 역시 “국가적으로 추가 자금 집행을 반대할 경우 안 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힌만큼 업계 일각에선 산은이 자금줄을 쥐고 한국GM과 협의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최근 한국GM이 산은 측에 적극적 대화를 시도하면서 이 같은 양자 간 마찰 기조도 봉합될 조짐이 관측되고 있다. 앞서 고등법원이 산은이 제기한 한국GM 주총의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하면서 법인분리에 제동이 걸렸다. 

 

이에 한국GM은 가처분 신청 혹은 항고를 진행하는 대신 산은을 설득해 주총을 다시 여는 방향으로 선회한 모양새다. 지난 12일 한국GM은 산은 측에 그간 제출하지 않았던 법인분리 관련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면서 양자 대화의 물꼬를 텄다. 산은은 이번 한국GM의 사업계획서를 검토하고 내주 중 회사의 법인분리 계획에 대한 입장을 결정할 계획이다. 앞서 이달 초 베리 앵글 GM 총괄부사장이 산은 측과 비공개 회담을 진행, 법인분리 계획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고법이 주총결의 사항 집행을 금지한 만큼 한국GM은 기존 계획과는 차별화를 둔 법인분리안을 들고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산은은 한국GM이 양자 대화를 이어감에 따라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한 모습이다. 그간 한국GM이 산은 및 노조와 별도 협의 없이 사업계획을 강행하면서 빚어진 미묘한 마찰도 수그러드는 분위기다. 2대 주주이자 혈세 투입을 결정하는 국책은행으로서도 어느 정도 사업계획을 인용할 수 있는 명분도 확보하게 됐다. 다만 산은은 아직까진 한국GM 측과 남아 있는 법적 공방은 계획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산은은 인천지법에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을 비롯한 이사진 7명에 대해 5억원의 손배 청구 소송을 냈다. 


현재 산은은 전문용역기관에 한국GM의 사업계획서 분석을 맡긴 상태로, 내주 중 검토를 마치고 입장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향후 산은이 한국GM의 사업계획 타당성에 대한 의문을 다시 제기할 경우 양자 간 신경전이 재점화할 가능성도 일부 점쳐진다. 산은의 검토가 종료되는 다음 주 양자 간 관계를 재정립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GM은 산은과의 대화는 진전 추세에 있지만 노조와의 대화는 여전히 난기류를 타고 있다. 노조가 회사의 법인분리 계획에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을 뿐 아니라 특별단체교섭도 요구하고 있어서다. 다만 중앙노동위원회가 노조의 파업권을 두차례 저지하면서 강경투쟁에 대한 우려는 우선 지운 상태다. 노조 관계자는 "법인분리 제동은 일시적인 제동으로 보일 뿐"이라며 "노조 차원에선 새로운 투쟁 방침을 준비할 기간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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