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박사, 명예훼손·업무방해 등 혐의로 1심서 집행유예…“주관적인 의혹을 사실인 양 말해”

/ 사진=연합뉴스

2015년 현대자동차그룹의 위조 부품 사용을 주장해 업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장석원 박사가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법원은 장 박사의 주장이 허위이며, 그가 고의로 이러한 주장을 퍼트렸다고 판단했다.


16일 법원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 형사6단독 이종민 판사는 지난 10월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장 박사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하고 이 형의 집행을 2년간 유예했다.

장 박사는 2015년 9월 김제남 의원의 보좌관을 찾아가 현대·기아차의 위조부품 사용 실태를 고발(명예훼손 및 업무방해)하고, 인터넷 사이트 보배드림에 관련 내용이 담긴 글을 게시한 혐의(정보통신법상 명예훼손)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장 박사가 2015년 3~4월 현대모비스 측으로부터 정품확인서를 확인해 위조부품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공연히 허위 사실을 적시해 현대모비스의 명예를 훼손하고, 업무를 방해했다고 판단했다.

검찰과 법원에 따르면 장 박사는 반도체 신뢰성 검증업체인 QRT가 작성한 보고서를 근거로 현대모비스에서 위조부품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QRT는 2014년 11월 5일 ‘보드 2개에 위조부품의심(suspect)이 드는 소재가 존재한다’는 취지의 분석보고서를, 같은 달 20일 ‘BCM과 Audio 확인결과 일부 소자가 위조부품(Counterfeit)임이 확인된다’는 취지의 분석보고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현대모비스는 QRT로부터 분석한 부품들을 회수해 제조사에게 직접 해당 부품 등의 위조여부를 확인했고, 제조사들로부터 이 부품이 모두 정품이고 유통 및 납품과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제품이라는 것을 확인받았다.

이에 QRT 측은 이듬해 4월과 9월 두 차례 사실확인서를 통해 분석보고서에 일부 검사 과정을 누락했고, 위조의심부품들이 정품임을 확인해 보고서상에 오류가 존재한다고 인정했다. 또 같은 해 9월 장 박사에게 ‘종전 보고서들의 전부 또한 일부 내용을 무단으로 활용하지 말라’는 내용의 서면을 보냈다.

이러한 사실관계 확인 아래 법원은 장 박사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QRT가 작성한 보고서를 근거로 현대모비스에서 위조부품을 사용한 것이 진실이거나 믿을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QRT 보고서 작성 당시 피고인이 개입해 왔다”라며 “QRT 보고서가 작성된 후 두 차례 현대모비스를 방문해 제조사들이 작성한 정품확인서를 확인받았고, 아울러 반도체 구매 및 유통 등 품질관리 체계에 대한 설명도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피고인은 위조부품을 사용했다는 주관적인 의혹을 객관적인 사실이라고 주장하면서 국회의원의 보좌관에게 ‘현대기아차에서 위조부품을 쓰고 있다’라고 말했다”라며 “현대모비스는 해당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합리적이고도 충분한 노력을 했다고 봄이 상당하고, 의혹이 제기된 부품이 정품임이 확인된 이상 피고인의 말은 허위사실임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은 위조의심부품 제조사의 정품확인서를 확인했을 뿐 아니라 QRT로부터 분석보고서상의 위조의심부품이 정품임을 확인했는데도 인터넷 사이트에 명백한 허위사실을 게시했다”라고 꼬집었다.

양형 이유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은 현대모비스나 현대기아차가 위조 부품을 사용한 사실이 없음을 객관적인 과정을 통해 확인했음에도 주관적인 의혹을 사실인양 말하고, 인터넷 사이트에 허위사실을 게재했다”며 “피고인의 행위는 피해 회사들뿐만 아니라 피해 회사들의 부품을 생산, 제조, 납품하는 관련 업체의 신뢰도에 상당한 타격을 입힐 수 있는 것으로, 죄질이 불량하고 사안이 중하다”고 밝혔다.

다만 “피고인의 범행으로 피해 회사들의 영업이나 신뢰도에 실질적인 타격을 주었거나 악영향을 미쳤다고 볼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없고, 국회의원 보좌관에게 한 발언이나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글이 널리 전파되지 않았다”라며 집행유예를 선고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 사건은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시사저널e는 1심 결과에 대한 장 박사의 입장을 듣기위해 노력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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