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부 산하 기관서 RG 발급 여부 심사…문성현 경사노위원장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함께 공론화할 것”

7일 서울시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개최된 비공개 면담에서 발표된 ‘산자부 산하 소형 및 중형 조선 RG 발급을 위한 컨트롤타워 설치’ 방안. / 사진=시사저널e

정부가 국내 중소 조선사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을 위한 컨트롤타워 설치 여부를 검토하고 나섰다. 국책은행과 시중은행의 RG 발급 기피가 중소 조선사 회생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대신 RG 발급 여부를 심사한다는 방안이다.

 

7일 서울시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는 산자부 산하 소형 및 중형 조선 RG 발급을 위한 컨트롤타워 설치에 관한 비공개 면담이 개최됐다. 이날 면담에는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을 비롯해 조선업 관계자 6명이 참석했다. 경사노위는 정책 및 이와 관계된 경제, 사회 정책을 협의하기 위한 기구로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다.

 

‘RG발급을 위한 컨트롤타워 설치 방안은국내 중소 조선사 살리기를 골자로 한다. 현재 국내에서 영업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중견 조선사의 수는 3~4개에 불과한데, 이마저도 RG가 없어 선박 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STX조선만 하더라도 올해 RG 미발급으로 7건의 수주 계약이 취소됐다.

 

구체적으로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에 RG발급 심사위원회를 설치한다는 내용이다. 학회, 금융, 정부, 지자체, 전문가 등 다양한 구성원들이 선박 건조에 대한 감정을 하고 전문 의견을 제출한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국내 조선업 몰락이 세계적 불황과 경쟁력 악화 탓이라는 의견이 많지만, 사실은 키코(KIKO파생금융상품)’로 다 죽었다세계 시장 선박 발주량을 보면 여전히 수요는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움직이면 미리 정한 환율(계약환율)로 기업이 달러를 은행에 팔 수 있도록 한 파생금융상품이다. 기업과 은행이 약정환율과 환율변동의 상한(Knock-in)과 하한(Knock-out)을 정해놓고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약정환율을 적용하는 환 헤지(Hedge). 다만 상한 이상으로 오를 경우 약정액의 1~2배를 계약 종료 시 환율로 매입해 약정환율로 은행에 팔아야 한다는 옵션이 붙어있다. 이 때문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키코에 가입한 국내 수출중소기업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문성현 위원장은 국내 중소 조선사들이 과거 키코 때문에 폐허가 된 이후 금융사들이 RG 발급을 전혀 안 해주고 있다. 그러나 RG만 발급된다면 우리나라 중소 조선사들이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는 말씀을 들었다조선소들이 경남에 밀집된 만큼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함께 이번 사안을 공론화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정부가 RG 발급 심사를 한다는 것은 은행들에게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준다는 것이라며 이번 정책이 현실화한다면 중소 조선사들에 대한 RG 발급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 위원장이 지난달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첫 회의를 마친 뒤 춘추관에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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