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와 현대차, '단체협약 유예' 놓고 애초부터 간극 커…3자협상 필요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지적

 

지난 5일 오전 광주광역시청 중회의실에서 '광주형 일자리' 협상 잠정 합의안의 추인 여부를 심의할 노사민정협의회 하반기 본회의 준비 중인 모습. / 사진=연합뉴스

 

타결을 코앞에 뒀던 광주형 일자리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 유예를 암시하는 조항이 문제가 됐다. 광주시는 현대자동차와 만든 협약서에는 임단협 유예 조항을 명시해 놓고는, 다시 광주시로 돌아가 노동계와는 해당 조항을 삭제했다. 현대차는 이 수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임단협 유예 조항은 지난 6월 현대차가 광주형 일자리 투자 참여 의사를 밝힐 당시부터 문제가 됐다. 당시 현대차 참여로 급물살을 타던 사업이 돌연 급정거한 배경으로 적정임금과 함께 임단협 유예 조항이 꼽혔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9월에 광주형 일자리 불참 선언을 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애초부터 메울 수 없었던 현대차와 노동계 간의 간극을 좁히려 광주시가 공수표만 날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5일 광주시 노사민정협의회는 노동계가 반발하는 단체협약 유예 조항을 빼는 대신 3가지를 추가해 수정 의결했다. 광주시는 이를 토대로 현대차와 재협상을 벌일 예정이었지만, 현대차가 즉각 반발하면서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무산 위기에 처했다.

 

6일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광주형 일자리가 사실상 무산돼 유감이라며 다른 대안을 분명하게 찾아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광주형 일자리 타결 핵심은 입단협 유예 조항이다. 그러나 현대차와 노동계가 오래 전부터 이 조항을 두고 큰 이견차를 보였음에도, 광주시는 이를 해결하지 못한 채 억지로 사업을 끌어왔다는 비판을 받는다. 특히 중심을 잡지 못하고 노동계와 현대차 사이에서 갈대처럼 흔들렸다는 지적이다.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 의장은 지난 1029일 시사저널e와의 통화에서 과거부터 초봉 3500만원과 임단협은 양보할 수 없는 조건으로 내걸었었다. 우리가 10월 막판에 사업에 참여키로 했을 때 광주시가 이를 보장해준다고 했었다고 강조했다.

 

지난 1114일 노동계가 전향적으로 광주시에 협상을 위임키로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노동계는 현대차와의 협상에서 이견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광주시와 입장을 같이 하고 협상권을 넘기기로 했다. 광주시와 노동계가 뜻을 모으며 광주형 일자리 타결 분위기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당시 위임 결정 직후 통화에서도 노동계의 기본 입장은 변함이 없었다. 광주시에 모든 것을 위임한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적정임금과 근로시간, 임단협에 대해서도 모두 양보하는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윤 의장은 광주시가 납득할 수 없을 협상안을 들고 온다면 우리는 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고 확실히 선을 그은 바 있다.

 

현대차는 그동안 구체적인 협의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해왔으나, 5일 입장 표명을 통해 임단협 유예 조항에 부담을 느낀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광주시가 애초부터 어떻게든 3자 대화 테이블을 마련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해관계가 다른 현대차와 노동계가 직접 마주보고 협상하는 게 타결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광주시가 중간에서 중재를 잘 했다면 칭찬 받았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3자가 마주보고 얘기했다면 결과가 달랐을 것이라면서도 현대차가 노조와 직접 대화하는 것은 부담스러워할 것이다. 그것 자체가 사실상 임금 및 단체협상과 다름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광주형 일자리 타결에 대한 가능성은 아직 남아있는 상황이다. 현대차는 향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 투자협의가 원만히 진행되길 기대한다며 협상 여지를 남겼다. 이용섭 광주시장도 6일 개인 SNS 계정에 외줄타기 곡예사의 심정으로 조심조심 한발 한발 나아가다 보면 협상타결이라는 종착점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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