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삼일제약 등 최근 인사 단행…오너 중심 체제 전환에 의미 부여

그래픽=김태길 디자이너
최근 보령제약과 삼일제약 등 중견제약사들이 오너 대신 전문경영인을 발탁하거나 영입하고 있다. 오너 중심의 낡은 체제를 물리치고 제약사 경영을 전문가에게 맡기는 추세로 풀이된다. 

 

신임​ 안재현 보령제약 대표 / 사진=보령제약

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보수적 업계 특성상 흔한 사례는 아니지만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는 제약사들이 눈에 띄고 있다. 

 

대웅제약은 윤재승 회장의 갑질 논란이 있기 전인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윤재춘·전승호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한 바 있다. 부광약품도 역시 올 3월 주총에서 오너2세인 김상훈 대표가 5년만에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고, 전문경영인인 유희원 사장이 단독대표를 맡은 바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김은선 보령제약 회장이 지난 3일자로 보령제약 대표에서 전격적으로 물러나 관심이 집중된다. 김은선·최태홍 대표 체제가 안재현·최태홍 각자 대표체제로 변경된 것이다. 

 

보령제약은 김은선 회장이 일신상 이유로 사임했다고 설명했다. 그 일신상 이유는 지난 9월 보령제약에 도입된 부문 대표제와 관련 있다는 분석이다. 보령제약은 지난 9월 개최된 이사회에서 경영 대표에 안재현 전 보령홀딩스 대표를, 연구·생산부문 대표에 이삼수 보령제약 생산본부장을 각각 선임한 바 있다. 

 

보령제약 관계자는 “부문 대표제를 도입하며 대표에 임명했는데, 책임성을 강화하고 권한을 부여할 필요성이 있어 이번에 전문성을 갖고 업무에 임할 수 있도록 법적 대표이사를 맡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 3월 경으로 예상되는 주총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최태홍 대표 후임으로 이삼수 대표가 정식으로 대표이사에 선임되면 보령제약의 전문경영인 체제 구축은 완료될 것으로 전망된다. 

 

단, 김은선 회장은 보령제약 등기이사 직을 유지하며, 보령제약그룹의 지주회사인 보령홀딩스 대표이사도 갖고 있기로 했다. 사업회사인 보령제약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지주사 경영은 계속 한다는 방침이다. 

 

신임 김상진 삼일제약 사장 / 사진=삼일제약

삼일제약도 최근 영업 및 마케팅 총괄 사장으로 김상진 전 한독 부사장을 영입했다.

 

신임 김상진 사장은 서울대 약대 출신이다. 지난 1991년 한국 얀센에 평사원으로 입사한 후 벨기에 얀센 본사에서 근무, 2000년부터 중추신경계 제품 마케팅을 담당했다. 

 

또 2006년 홍콩얀센 사장, 2008년 타이완얀센 사장을 맡으며 타이완얀센 매출 목표를 아태 얀센 중 1~2위로 유지하는 등 탁월한 경영능력을 보였다. 지난 2011년부터는 한국얀센 사장을 역임하며 영업과 마케팅 부문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매출 신장도 이뤄냈다.

 

이어 지난 2013년부터 한독에서 부사장으로 재임하며 전문의약품 영업 마케팅 업무를 총괄했다. 이 기간 동안 370명 이상 스텝과 직원들을 진두지휘하며 전문약 사업부 매출신장을 이뤄내 국내 제약업계에서도 역량을 인정 받았다. 

 

앞서 삼일제약은 지난 1월 신약개발, 개량신약 및 건강기능식품 등 의약품 연구개발분야에 40여년간 몸 담아 온 곽의종 전 파마킹 사장을 영입한 바 있다. 현재 삼일제약 연구소와 개발본부를 담당하는 곽의종 사장과 영업 및 마케팅 분야 김상진 사장이 시너지효과를 내며 회사 발전을 주도하고 역량 강화를 이뤄낼 것으로 회사측은 기대하고 있다. 

 

단, 삼일제약의 법적 대표이사는 허강 회장과 그의 아들인 허승범 부회장이 맡고 있다. 삼일제약 관계자는 “대표이사들이 회사의 모든 부문을 맡을 수 없어 각 부문을 총괄할 사장을 선임했고 역할을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복수의 제약업계 관계자는 “오너가 2선으로 물러나고 전문경영인에게 오롯이 경영을 맡겨야 하는 것이 원칙인데 과거 업계에는 그렇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며 “이제는 명실상부하게 전문경영인에게 완전한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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