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부설 연구실 창고로 사용, 세액공제 신청 '꼼수'…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뜨거운 감자’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하드업체 ‘위디스크’가 연구개발비를 부풀려 로봇을 만들고 세금을 탈루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연구개발비를 이용한 탈세가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관계당국의 허술한 관리 탓에 기업들이 연구개발비 탈세 유혹에 쉽게 빠져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최근 서울지방국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탈세 의혹에 대한 전면조사를 촉구했다. 이들은 양 회장이 실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이지원인터넷서비스가 경상연구개발비를 허위로 계상, 부당한 세액공제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행 세법은 연구인력(R&D)에 투입되는 비용의 일부분을 법인세에서 공제하는데 일정 요건을 갖추면 세액공제를 신청할 수 있다. 연구개발의 범위는 △시장조사와 판촉활동 및 일상적인 품질시험 △반복적인 정보수집 활동 △경영이나 사업의 효율성을 조사·분석하는 활동 △특허권의 신청·보호 등 법률 및 행정 업무 △광물 등 자원 매장량 확인, 위치확인 등을 조사·탐사하는 활동 △위탁받아 수행하는 연구활동 등이다. 연구개발에 투입되는 인건비도 세액공제 범위에 포함된다.

또 하나, 기업들이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독립된 부서와 공간’을 마련해야 하는데 바로 이 부분에서 탈세로 의심되는 꼼수들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세무‧회계 관련 출판사에 재직 중인 재무회계 담당자는 “매년 연구개발 세액공제를 받고 있다. 사옥 지하에 기업부설 연구소가 있기는 하지만 창고로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세무당국도 이 같은 현실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신청한 연구개발 세액공제가 거부되는 사례도 많다. 때문에 관련 조세불복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조세심판원이 올해 하반기 심판결정례 사례로 발표한 20건의 연구개발비 관련 심판청구 중 18건이 기각됐다. 기각된 결정례들을 보면 전산시스템, 디자인, 해외자원개발 등 분야도 다양했다. 

연구개발 회계처리는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도 뜨거운 감자다. 연구개발비를 '무형자산' 혹은 '비용' 등 어떻게 처리하는지 여부에 따라 영업이익이 크게 달라지고 법인세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다르면 제약·바이오 상장사의 총자산에서 개발비 잔액이 차지하는 비중도 약 4%로, 전체 상장사(1% 미만) 3%포인트나 높다.

A회계사는 “무형자산 자체가 실체가 없어 세무당국의 감시를 피하기 쉽다는 점 때문에 탈세에 흔히 이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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