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예방‧약관 심사‧자산관리 등 전 영역으로 확대

채용 면접에서부터 자산관리까지 은행권의 인공지능 활용법이 늘고 있다. / 사진=시사저널e
은행권의 인공지능(AI)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금융상품 약관 심사에서부터 채용 면접, 보이스피싱 예방 등 금융업무에 AI가 다양하게 활용되며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고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내년부터 펀드 약관 심사업무에 AI 심사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약관 심사업무에 AI가 활용되면서 심사 기간 단축과 함께 소비자 보호에도 기여가 클 것으로 기대했다.

금감원이 도입하려는 AI 약관 심사는 감독(supervision)과 기술(technology)이 합쳐진 ‘섭테크(SupTech)’의 대표적 사례다. 당국은 지난 8월부터 KT 등과 협업 팀을 구성해 시범 테스트를 거쳤다. 테스트 결과 AI는 실제 심사 항목에 해당하는 조문을 검색해 제시하고 심사 기준에 따라 적정성 여부까지 판단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AI 심사시스템 도입으로 업무 프로세스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 가령 연간 5000여건이 접수되는 사모펀드 약관 심사시간은 3분의 1 수준으로 단축될 전망이다. 방대한 약관에서 소비자 권익을 침해하는 요소도 탐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약관 심사 외에도 한국정보화진흥원, IBK기업은행과 AI를 활용해 보이스피싱을 실시간 차단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3개 기관은 업무협약(MOU)을 통해 내년 1월까지 이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기업은행은 현재 ‘딥러닝을 활용한 실시간 보이스피싱 탐지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이번 MOU를 통해 유관기관 간 협력을 강화하고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구축해 나간다는 방침이다.금감원은 보이스피싱 사기를 차단하는 AI 기술이 개발되면 보이스피싱 사전 피해 예방에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했다.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7월 출시한 AI 금융비서 HAI(하이)뱅킹에 음성인식 기술을 추가로 도입하는 등 서비스를 개편했다. 문자 인식 체계에 기반했던 기존 HAI뱅킹 서비스에 손님 음성을 인식하고 반응하는 STT(Sound to text), TTS(Text to sound) 기술이 도입한 것이다. 특히 3중 인공신경망 구조의 딥러닝 대화형 AI 엔진이 탑재돼 고객의 목소리를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

KB국민은행은 올해 하반기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AI를 활용한 면접 시스템을 시범 도입했다. 이 외에도 신한은행의 ‘엠폴리오’, 우리은행 ‘우리 로보알파’, NH농협은행 ‘NH로보-프로’, KB국민은행 ‘케이봇 쌤’, IBK기업은행 ‘i-ONE ROBO’ 등 시중은행에 로보어드바이저가 도입돼 고객 자산을 관리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디지털금융이 확산되며 은행마다 이 변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디지털 인재를 영입하고 AI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며 “디지털 변화에 따라 소비자 피해를 줄이고 수익도 늘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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