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소세 인하에도 현대‧기아차 내수 독식‧수입차 공세… “체질 개선해 신차 및 가격 경쟁력 강화해야”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현대‧기아자동차 독점에 수입차 공세로 매년 내수 입지가 쪼그라드는 완성차 하위 3사(한국GM, 쌍용자동차, 르노삼성 )가 해외 수출 활로를 모색하고 있어 적자 돌파구를 찾을지 주목된다. 다만 전세계적인 보호무역기조 강화 등 악화된 무역환경은 해외 시장 진출에 부담을 더할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선 수출 활로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업계 체질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 승용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20.9% 증가한 2만813대로 집계됐다. 올초부터 지난달까지 누적 판매량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4.4% 증가한 21만7868대를 기록했다. 매년 경신하는 판매량에 힘 입어 올해 25만대 돌파도 무리 없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에도 힘이 실린다. 지난 2016년 한해 동안 국내 시장에서 수입 승용 판매량은 22만5277대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엔 23만3086대를 기록했다.

수입차가 매년 연간 판매 기록을 경신하자 국내 완성차 업체의 내수 점유 성장세도 주춤하고 있다. 지난달 완성차 내수 판매량은 13만9557대로 집계되며 당월 국내 시장 점유율 87%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판매량은 20%가량 늘었지만 국내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와 동일했다. 사실상 올초부터 지난달까지 완성차 국내 누적 판매량은 124만4637대로 전년 동기 대비 0.1%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하반기부터 중점적으로 시행된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와 업계 판촉 경쟁이 그나마 실적고를 끌어올렸지만 이마저도 올해 신차 공세를 이어간 현대기아차에 집중된 모양새가 됐다. 지난달 국내 완성차 5사의 판매량에서 현대기아차가 차지한 점유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3%포인트 오른 76.8%로 집계됐다. 지난 2016년엔 64.2%에 불과했던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은 2년여 기간이 지난 현재 80% 가까이 치고 오른 뒤 여전히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때 내수 점유율 13%까지 차지했던 한국GM이 고꾸라지면서 현대기아차와 하위 3사의 판매실적은 양극화가 가속됐다"며 “사실상 완성차 업체 차원에선 시장 점유율 10%대 이상은 넘어야 신차 출시나 마케팅에서 승부수를 걸 수 있다. 현재 양극화 현상은 하위 업체로 하여금 사실상 수익성을 확보하기도 어렵게 만드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현대기아차가 대중차 시장을 틀어쥔 상황에서 프리미엄 차급 시장을 두고 수입 업계가 쟁쟁한 신차를 내놓는 까닭에 한국GM, 쌍용자동차, 르노삼성 등 3사는 내수 입지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경영난도 심화하고 있다. 이에 이들 3사는 경영난 타개를 위해 한정된 내수 시장을 넘어 해외로 눈을 돌려 수출 전략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내수 3위지만 수출 판매는 저조한 쌍용차는 이달 중으로 호주에 자사 최초의 해외 직영 판매법인을 설립하고 G4 렉스턴, 렉스턴 스포츠를 포함한 주력 모델 판매에 나설 예정이다. 호주시장 신규 물량 확보를 발판 삼아 해외 판매량을 늘려 7년간 지속된 적자 기조를 타개하고 경영 정상화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미국, 중국 등 주요 해외 시장 진출이 어려워 단기간 가시적인 반등 효과를 누리긴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전세계적인 보호무역기조 강화, 무역 분쟁 등 무역환경 위기요인은 해외 시장 진출에 부담을 더할 전망이다. 현대기아차조차 주요 해외 시장에서 부진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전향적인 업황 개선은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수출 판매를 통한 매출 비중이 높은 한국GM, 르노삼성의 경우, 수출용 제품 생산이 국내 공장 가동률까지 담보하고 있어 향후 신차 배정까지 더욱 촉각을 다투는 모양새다. 한국GM은 올 연말까지 기존 법인을 분할해 연구개발(R&D)을 전담하는 신설 법인을 설립해 해외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다만 법인분할을 두고 노사가 여전히 이견차를 보이고 있어 향후 사업 추진에 다소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노조는 국내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할 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배정을 요구하지만 회사가 주문자부착생산방식(OEM)으로 해외서 차를 들여와 국내에 판매하는 전략을 내세워 노사 이견도 벌어지는 모양새다. 

 

르노삼성은 노사 임단협 등이 장기화되면서 내년 4분기에 로그를 대체할 신규 차종 확정이 차질을 겪을 것으로 관측된다. 르노삼성이 부산공장에서 조립해 북미로 수출하는 로그는 르노삼성 전체 수출물량의 75%에 달하는 주력 수출 차종이다. ​내년 4분기 위탁생산 계약이 끝나 대체 차종으로 교체될 예정이다. 업계선 엑스트레일이 대체 차종으로 선정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게 제기됐으나, 노사가 임단협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아직까지 신차는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일각에선 이들 업체가 해외 시장 진출을 앞두고 전향적인 구조 개혁이 선결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실상 국내서도 큰 경쟁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신차로 해외 시장에서 큰 호응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체질 개선을 통해 우선 경영난을 해결해야 한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연비 등 가성비 측면에서 우수한 차를 만들어야 할 때다. 그런 점에서 마이너 3사는 한계성이 있다. 국내서도 잘 팔리지 않는데 해외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면서 “글로벌 시장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는 지역이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현대기아차의 내수 시장 점유율이 줄었는데도 마이너 3사가 점유비중을 키우지 못하고 함께 감소한 데엔 국내 시장 불경기와 수입차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가 있다. 사실상 내수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하는 뾰족한 방법은 없는 상태”라면서 “고비용 저생산 구조로 인해 업계 수익성 타격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수출 등 판매 활로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구조적인 체질개선도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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