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더리 보이콧 등 논란에 은행 대북 관련 TF 가동 멈춰

서울 시내의 은행 ATM을 시민들이 이용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대북경제협력 확대 기대에 국내 은행들이 관련 태스크포스(TF)를 만드는 등 발 빠르게 움직였지만 지금은 대부분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 논란이 발생하자 “분위기상 조심스럽기 때문”이라는 것이 은행들의 입장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까지 대북경협 확대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은행권도 이와 관련한 TF나 연구위원회 등을 설치하며 대북금융 협력 준비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하반기까지 남북경협과 관련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고, 최근엔 미국 정부의 세컨더리 보이콧 논란이 국내 금융권에 파장을 일으키며 현재는 대부분의 은행이 운영하던 남북경협 TF가 유명무실해진 상황이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제재 당사국과 피당사국 사이의 1차 제재가 아니라 다른 국가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2차 제재를 의미한다. 미국은 2005년 북한을 대상으로 한 세컨더리 보이콧을 시행했다. 이 조항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은행은 중국계 방코델타아시아은행(BDA)이다. 북한이 이 은행을 불법 자금세탁 창구로 이용하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되면서 각국 기업과 정부가 자금을 대량으로 인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BDA가 북한 자금 2500만달러를 동결하고 나서야 미국은 제재를 중단했다.

일각에서 대북 금융지원과 관련해 국내 은행도 제재가 확정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전반적으로 은행주가 하락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에 금융당국은 ‘세컨더리 보이콧 풍문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내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이제는 (북한 이야기만 나와도)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우리 은행은 전혀 대북 관련 논의를 하지 않고 있다”며 선을 그었다. 이처럼 대다수 국내 은행들이 대북금융지원에서 발을 빼는 모양새다.

지난 6월 우리은행은 대북경협 확대 가능성에 따라 구성한 남북 금융협력 TF의 첫 회의를 열었지만 이후 추가 회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북한 제재가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은행이 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남북경협지원위원회를 설치한 IBK기업은행도 비슷하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이 위원회는 정책 등을 실행하는 단계가 아니다. 북한 제재가 풀렸을 경우 중소기업 지원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연구를 하고 그 내용을 공유하는 차원”이라며 “구체적인 실행을 위한 논의는 없다”라고 말했다.

지난 7월 ‘남북경협 랩(LAB)’을 만든 신한은행에도 특별한 움직임이 없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인원 2명이 스터디를 하는 정도”라며 “내부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KDB산업은행과 KB국민은행도 대북제재가 풀리지 않는 상황이라 이와 관련한 움직임이 사실상 멈춰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올해 여름 북한 석탄이 국내에 들어왔다는 소식으로 은행들이 내부적으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이후 세컨더리 보이콧 논란이 또 발생했다”며 “남북경협 이야기가 나올 초반에도 은행이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지금에 와서 마치 은행권이 뭔가를 잘못한 것처럼 오해 받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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