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완화 협의 가능성…전망 엇갈리는 전문가들 “일부 남북 사업으로 국한될 듯”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30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미 간 대북 공조 방안 조율을 위해 방한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만나 대화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방한으로 미국이 남북 경협 부분에서의 부분적 대북제재 면제를 허용할지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북미 대화에서 속도조절론을 고수하고 있는 미국이 남북 철도 공동조사 등 일부에만 국한해 남북관계 진전을 수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비건 대표는 30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만나 한미 간 대북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대북제재 완화를 논의했을 가능성이 있다.

조명균 장관은 비건 대표와 면담 자리의 모두 발언에서 “남북관계, 북미 관계의 보조를 맞추는 문제를 협의하게 돼 중요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며 “지금 현시점이 대단히 중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

이에 비건 대표는 평화와 안정, 북한 비핵화를 거론하며 “우리(한미)는 한반도에 있어 같은 것을 원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와 같은 부분에 있어서 우리가 함께 협력할 많은 사안이 있고 통일부와 협력을 고대한다”고 덧붙였다.

비건 대표는 “(조 장관을) 처음 만난 후 저의 4번째 서울 방문이고 오늘 저녁에는 외교부 카운터파트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와 14번째로 만날 예정”이라며 “이 모든 것들은 한미간의 긴밀한 파트너십을 강조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통일부 당국자도 개성공단 기업인의 시설 점검 차 방북 문제에 대해 “어제 조명균 장관이 국정감사에서 얘기했다. 관련해 비건 특별대표와 의견 교환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남북관계 진전이 비핵화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을 기반으로 남북 경협과 교류 등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대북 제재를 유지하고 있다.

남북은 남북 철도연결을 위한 북측 현지 공동조사, 북한 양묘장 현대화, 개성공단 기업인의 시설 점검 차 방북 등을 추진하고 있다. 남북은 지난 15일 판문점 고위급회담에서 이달 하순 경의선 철도에 대한 북한 현지 공동조사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달이 다 지나가도록 구체적 일정을 잡지 못했다.

앞서 남북은 지난 8월 경의선 철도 북측 구간을 공동조사 하려했으나 유엔군사령부가 허락하지 않아 이뤄지지 못했다. 유엔군사령관은 주한미군사령관이 겸직한다.

조명균 장관은 지난 29일 국정감사에서 남북 사업 추진에 대해 미국과 생각이 다른 부분이 있으나 미국이 협조적이라고 밝혔다. 당시 조 장관은 “미국 측에 철도 공동조사가 비핵화 관련해서도 북한 비핵화를 추동하는 측면이 있고, 장기적으로 비핵화 후 철도 연결사업을 남북한 간에 추진하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며 “한·미 공조와 관련해선 우리가 미국 측과 세부적 내용에 있어서 생각의 차이가 있는 부분이 있으나 공조는 긴밀하게 되고 있고 협조적인 태도로 하나하나 풀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애초 비건 대표의 방한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남북경협 사업 등에 대한 속도조절을 거론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북미 고위급회담이 다음 주에 열리는 것으로 조율이 이뤄진 상황에서 한미 양국이 일부 대북제재 예외를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김현국 국립외교원 교수는 “비건 대표가 한국에 남북사업의 속도 조절하라는 메시지만 가져왔다면 이렇게 여러 사람을 만나지 않았을 것이다”며 “지금은 북미 고위급회담 전 북미 간 의견 조율 과정으로 보인다. 단계적으로 제재를 완화시켜주는 방안이 북미 간에 논의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그런 것이 없으면 폼페이오가 김영철을 만날 이유가 없다. 어느 정도 북미 간 조율이 돼야 고위급회담에서 얘기가 오고 갈 수 있다”며 “그 차원에서 한국과 조율 문제가 있는 거 같다. 북한이 원하는 수준의 제재 완화는 아니더라도 비핵화 유인 수준의 초기 단계 제재 완화를 미국이 꺼내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미국의 기본적 원칙은 변하지 않았다. 비핵화 없이는 제재완화 못 한다는 입장을 고수할 것이다”며 “다만 비핵화가 어느 정도 진전되는 전제로 초기 단계서 조금의 예외를 인정하기 시작하는 것 같다. 그러나 원칙은 변함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김상기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실장은 “미국이 포괄적 수준의 제재완화를 동의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 다만 특정 대상에 대한 제재 완화를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른 한미, 북미, 남북미가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북제재 완화를 논의한다고 하더라도 미국이 한국의 대북사업 제재 예외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미국이 한국의 대북사업 제재 예외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비건은 한국에 (대북제재 보조를) 설득하려 왔다”며 “미국은 원하는 수준의 핵 신고, 검증을 북한이 받지 않으면 대북 제재를 유지해 북한의 입장을 변화시키려 한다. 미국은 대북 제재 해제는 미국이 지켜야할 마지노선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센터장은 “철도 공동조사나 개성공단 자산 확인 방북 등은 물자가 들어가는 것이 아니기에 제재 위반이 아니다. 이러 것들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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