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률 1.2%, 2010년 이후 최저…美 시장 엔진 화재 향후 실적 반등 걸림돌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현대자동차의 수익성 확보에 비상등이 켜졌다. 현대차의 올 3분기 영업이익률은 1.2%로 집계되며 2010년 국제회계기준(IFRS)이 도입된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2200만원짜리 중형세단 쏘나타 1대를 팔아서 정작 손에 쥔 돈이 20만원을 조금 넘은 셈이다. 판매는 지난해와 비교해 소폭 감소하는 데 그쳤으나 리콜 등 품질 비용 증가 탓에 영업이익이 고꾸라졌다

 

25일 현대차는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올해 3분기 경영실적을 발표하는 컨퍼런스콜을 열고 매출액 244337억원, 영업이익 2889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0%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76.0%나 떨어져나갔다. 당기순이익 역시 전년 동기 대비 67.4% 감소한 3060억원으로 집계됐다.

 

당초 시장은 현대차 3분기 영업이익을 9251억원 수준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실제 발표된 영업이익은 전망치의 3분의 1 수준으로 시장에 충격을 줬다. 금융 시장은 현대차 실적 하락에 즉각 반응했다. 현대차 주가는 하루 만에 6% 급락한 11만원으로 거래가 마감됐으며 장중 한때 102500원까지 곤두박질 쳤다. 시가총액은 15000억원이 증발했다. 이는 약 87개월 만의 최저 수준이다.

 

영업이익률 1.2%3%대 단숨에 찢었다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률은 1.2%. 이는 2010IFRS 도입 이후 최저치다. 전분기 3.8%와 비교해 2.6%포인트 떨어진 것은 물론이고, 전년 동기 5.0%에서 3.8%포인트나 급락했다. 그동안 최저 수준으로 여겨졌던 3%대를 단숨에 찢고 1.2%로 주저앉았다.

 

현대차는 수익성 하락 원인으로 품질비용 증가를 꼽았다. 현수범 현대차 IR팀장(부장)“SUV 판매 증가와 금융 부문 수익성 개선에도 불구하고 품질비용 발생 탓에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김태길 디자이너.

구체적으로는 에어백과 엔진 리콜 등이 발목을 잡았다. 3월 미국도로교통안전국(NHTSA)는 현대기아차에 탑재된 에어백 결함을 발견하고 리콜을 발표했다. 해당 제품은 독일의 에어백 업체 ZF-TRW가 제작한 에어백으로, 컴퓨터 제어 시스템의 전기회로 합선이 원인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구형 소나타를 포함해 58만대 규모의 리콜을 실시했다.

 

구자용 현대차 IR상무는 품질문제 예방 강화활동, 에어백 리콜 및 엔진리콜 추가비용으로 품질관련 비용이 약 5000억원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판매보증 관련 비용에 7530억원을 지출했다. 전년 동기 2990억과 비교해 151%나 급증했다.

 

품질 문제 예방한다지만…커지는 美 시장 엔진​ 문제

 

현대차는 품질문제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신규 엔진진단기술 KSDS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품질 관련 리콜이 잇따르자 장기적 차원에서 대응에 나선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느니 초기부터 비용과 인력을 투자해 큰 손실을 막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내년 출시하는 신차부터 순차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대차가 기존에 출시한 차량들이 여전히 현대차 수익성 확보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한다. 특히 미국에서 세타2 엔진에 대한 소비자들의 원성이 커지는 양상이다. 미국의 비영리 소비자변호단체 자동차안전을위한센터(CAS)는 지난 6월 이후 103건의 현대기아차 차량화재 민원이 제기됐다고 밝히면서 약 300만대 차량 리콜을 주장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내달 14일 열리는 청문회에 출석해 차량 화재에 대해 소명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미국에서 또 한 차례 대량 리콜이 현실화할 경우 현대차는 수익성 악화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여전히 불확실한 미래SUV 외치는 현대차

 

현대차의 앞으로의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미국과 중국 무역 분쟁이 지속됨에 따라 국제 시장이 요동치고 있고, 신흥국들의 금융위기도 불안요소다. 터키, 러시아, 브라질 등 신흥국들에서 판매는 긍정적이지만 통화 약세 탓에 수익성은 제자리 걸음이다.

 

현대차는 전 세계에 부는 SUV 열풍에 동참해 적극적으로 판매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는 국내서 선풍적 열기를 일으킨 신형 싼타페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신형 싼타페는 지난 9월 미국에서 6100여대 팔리며 현대차의 올 3분기 SUV 판매 비중이 사상 최고치인 46%를 기록했다. 덕분에 2분기 86%였던 미국 공장 가동률은 3분기 92%까지 상승했으며, 4분기에는 90% 후반으로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에선 자동차 수요 감소에도 불구, 무리한 판매 경쟁은 피한다는 계획이다. 구 상무는 중장기적으로 중국 전략 모델을 중심으로 판매 저변을 넓히고, 중국 소비자가 선호하는 디자인을 반영하면서도 경쟁사와 차별화된 요소를 적용할 것이라며 중국시장 실적 회복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신흥국과 관련해서는 터키는 실물경제 악화로 소비심리가 냉각됐다. 이에 따라 90% 이상 물량을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러시아는 지난해보다 판매가 6% 성장했다. SUV 모델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수익성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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