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기환송심, 조세포탈 부분 다른 죄와 분리 선고했어야”…업무상 횡령 혐의는 ‘유죄 확정’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검찰청사를 나서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회삿돈 400억여원을 횡령하고 조세를 포탈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최종 확정 판결이 또다시 미뤄졌다.

대법원은 이 전 회장의 조세포탈 혐의와 관련해서 잘못 심리된 부분이 있다며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되돌려 보냈다. 다만 업무상 횡령 혐의 중 200억원 부분은 유죄로 확정했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25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정경제범죄법)상 횡령 및 조세포탈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회장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한 파기환송심 판결을 재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재파기환송 이유에 대해 “피고인이 금융사지배구조법에서 규정하는 적격성 심사대상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는데도, 이에 대한 심리 없이 조세포탈 부분과 나머지 부분을 형법상 경합범 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하나의 형을 선고한 것은 잘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의 공소사실 중 2004년도 신고기한 법인세 및 부가가치세 포탈로 인한 특가법위반(조세)과 2005년도, 2006년도, 2007년도, 2009년도 법인세 포탈로 인한 조세범 처벌법 위반은 금융사지배구조법에서 규정하는 조세범 처벌법을 위반한 죄”라며 “원심판결에는 금융사지배구조법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대법원은 “금융사지배구조법에 따른 분리 선고를 구하는 상고이유 주장을 제외하고는 피고인의 나머지 상고이유 주장은 모두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 전 회장은 세금계산서 발행 없이 섬유제품을 무자료 거래하는 방법으로 회삿돈 421억원을 횡령하고 2004년도 법인세 및 부가가치세, 2005, 2006, 2007, 2009년도 법인세를 포탈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 1심은 공소사실 대부분을 유죄로 판단, 이 전 회장에게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벌금 20억원을 병과했다. 2심은 검찰 공소사실 중 계열사 허위 회계처리로 비자금을 조성한 부분 등 일부 배임 혐의를 무죄로 판단, 벌금을 10억원으로 낮췄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전 회장이 횡령한 대상을 원심이 잘못 판단했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전 회장이 횡령한 대상은 섬유제품 자체가 아니라, 그 물건을 무자료로 거래해 챙긴 판매대금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지난해 4월 열린 파기환송심은 이 전 회장의 횡령 금액과 국세 포탈 금액을 각각 재산정 한 뒤 징역 3년 6개월에 벌금 6억원을 선고했다.

한편 이 전 회장은 2011년 1월 검찰 수사과정에서 구속돼 수사와 재판을 받았으나, 법원은 같은해 4월 간암과 대동맥류 질환 등을 이유로 이 전 회장의 구속집행을 정지하고 두 달 뒤에는 변호인이 낸 보석허가신청을 받아들였다.

결국 이 전 회장은 63일만 수감되고 나머지 기간은 보석으로 풀려나 8년 가까이 재판을 받고 있다. 

 

그래픽=김태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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