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서 질타 봇물 터져

김도진 IBK기업은행 행장이 22일 서울 중구 을지로 IBK기업은행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 첫번째가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 사진=연합뉴스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과 KDB산업은행이 금융공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기업은행은 수도권 기업에 편중해 대출 지원을 했고 담보대출 등 안전자산 대출에만 집중했다. 산업은행은 퇴직자의 낙하산 관행을 고치지 않았다. 창업,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정책도 제대로 운영하지 못했다. 


◇기업은행, 중소기업 대출에 수도권·非수도권 가려 지원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과 산업은행이 금융공공기관으로서의 사회적 책임과 동떨어진 경영을 하고 있어 국감에서 집중 질타가 이어졌다.

우선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지원을 할 때 절반 이상을 수도권에 집중하고 있었다. ‘수도권 편중’이라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8년 6월까지 국내 중소기업 및 사회적기업에 지원된 금액은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이 272조5002억원(64%)이다. 비수도권은 153조1763억원(36%)에 그쳤다.

중소기업 지원금 규모는 경기도가 158조2812억원(37.2%)으로 가장 많았다. 서울은 73조5550억원(17.3%)으로 두 번째를 차지했다. 서울과 경기만 합해도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사회적기업도 경기도(710억 원·32.2%), 서울(457억 원·20.7%), 인천(127억 원·5.8%)이 전체 지원금의 58.6%를 차지했다. 이 기간 여신 지원을 받은 중소기업·사회적기업의 수는 총 76만9597개로 수도권에 50만4430개(65.5%)의 기업이 집중됐다.

또 기업은행은 담보대출 위주의 대출 관행을 강화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에 따르면 기업대출 중 담보대출은 2014년 40.7%에서 2018년6월 50.7%로 증가했다. 신용대출은 39.1%에서 32.3%로 하락했다. 자영업자 대출도 같은 상황이다. 담보대출이 49.8%에서 61.6%로 증가했고 신용대출은 30.0%에서 23.6%로 하락했다. 특히 신용대출에서 기업은행은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책정했다. 2018년 6월부터 8월까지 취급분을 기준으로 한 기업은행 대출금리는 6.04%이다. 대출금리 중 가산금리의 비중 역시 70.7%로 5대 시중 은행에 비해 높았다.

예대금리차로 얻은 이익은 시중은행 중 가장 컸다. 올해 상반기 기업은행 예대마진 이익은 2조9016억원이다. 국민은행(2조3729억원), 농협은행(2조1696억원), 신한은행(1조9026억원)보다 높은 수익을 거둬 이자장사에 집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22일 서울 중구 을지로 IBK기업은행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예금보험공사, 한국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서민금융진흥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산업은행, 고위 퇴직자 업무연관성 있는 기업에 ‘낙하산’ 투하

산업은행은 낙하산 관행으로 질타를 받았다. 성일종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출자해 구조조정 중인 회사에 7명, PF투자회사에 29명, 금융자회사 등 관련기업에 13명, 일반거래처에 10명 등 총 59명이 업무연관성 있는 회사에 재취업했다.

산업은행이 정책금융으로 간접 대출을 지원하고 있는 ‘온렌딩(onlending)’ 대출은 창업·중소기업보다 업력이 오래된 기업의 단기 운전자금 용도로만 활용돼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올해 6월말까지 집행된 온렌딩대출 중 업력 5년 미만의 창업기업에 대한 지원은 전체(5조4242억원) 중 5.2%(2798억원)에 불과했다. 20년 이상의 업력을 가진 기업에 대한 지원이 46.7%(2조5337억원)에 달했다.

기업은행과 산업은행은 장애인 의무고용제도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최근 3년간 2.5% 가량의 장애인 고용률을 보였다. 이에 올해 6월 기준 81명 과부족이 발생했다. 지난해엔 82명, 2016년엔 61명이 과부족 상태였다. 산업은행도 1.7~1.9% 고용률을 보였다. 2016년 35명, 2017년 46명, 올해 48명 과부족했다.

두 은행의 채용과정에서는 성차별 문제가 불거졌다.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두 은행은 모두 작년부터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최종합격자의 남녀 비율은 고정적이었다. 산업은행은 블라인드 도입 전인 2016년도 신입 공채와 도입 후 2017년도 최종합격자의 남녀성비가 65:35로 같았다. 기업은행은 블라인드 도입 첫해인 작년 여성 합격자 비율이 42%까지 올랐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여성 최종합격률은 32%로 16년도와 똑같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아울러 산업은행은 1급 이상 임원급 직책에 여성이 단 한명도 없었다. 반면 외환, 비서, 텔러 업무 등 특정직 여성의 경우 91.8%에 달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민간은행의 경우 금융당국의 감시 하에서 잘못된 관행을 고쳐왔지만 국책은행은 민간은행보다 당국의 관리, 감독에서 여유로운 편이다”라며 “금융공공기관 면모를 세우기 위해 지적된 내용이 고쳐져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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