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위 증인채택 불발, 양사 경영 복귀 박차…노사 갈등 봉합‧신뢰 회복은 숙제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이 올해 국정감사 뭇매를 피하며 ‘갑질’ 논란 재점화에 대한 우려를 한시름 놓게 됐다. 대한항공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조원태 사장이 경영에 복귀했고, 아시아나항공 역시 재무구조 개선과 동시에 그룹 승계 작업에 시동을 거는 상황이다. 다만 그룹 경영 과정 중 비리행위에 대한 의혹이 불거진 만큼, 양사는 신뢰를 회복하고 노사 갈등을 봉합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게 됐다.

24일 업계와 국회에 따르면 국토교통위원회는 기업인 등 일반 증인 채택 없이 국정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여야는 김종찬 과천시장 증인 채택을 두고 줄다리기를 이어가다가 결국 일반 증인 채택 없이 올해 국감을 마치게 될 전망이다. 국회 한 관계자는 “소속 의원들이 일부 인사를 두고 증인 채택에 합의하지 못해 일반 증인 없이 진행 중인 걸로 안다”고 전했다.

국회에서의 증언ㆍ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감 증인 출석 요청은 소환 7일 전까지 통보돼야 한다. 이에 따라 29일 종합감사 및 국감 종료를 앞두고 22일까지 통보된 소환 요청만 유효하다. 이로써 올해 국감에 양대 그룹 총수 및 항공사 실무진은 증인석에 서지 않게 될 공산이 크다.  

당초 업계선 올해 국토위 국감에 그룹 총수 및 항공사 실무진 등이 증인으로 채택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게 제기됐다. 조현민 대한항공 전 전무의 ‘물컵 갑질’을 기점으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비롯, 총수일가를 향해 사정기관의 수사 칼날이 드리웠던 까닭이다. 지난 7월 ‘기내식 대란’을 빚었던 아시아나항공 역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및 경영진이 기내식 공급업체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는 배임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양대 항공사의 직원들을 중심으로 경영 비리, 근무처우 문제, 항공부품 유용 의혹 등 내부 폭로가 터져 나온 가운데, 경영진 퇴진을 외치는 거리집회도 열리며 정치권 관심도 집중됐다. 앞서 국토위서 양대 그룹의 총수와 항공사 실무진 등을 증인 명단에 올렸던 점도 업계 추측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양사는 국감 출석을 하지 않게 되면서 경영 이슈로 인한 타격을 최소화한 모양새다. 국감 증인석에서 받을 정치권 질타를 피하며 '갑질' 논란이 재점화될 우려를 줄였다는 분석이다. 

국감 리스크를 덜어낸 양사는 연말까지 경영 정상화에 총력을 다 할 전망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한진그룹 총수 일가를 향한 사정기관의 영장 신청, 청구가 5차례 모두 기각되고 불구속 기소에 그친 조양호 회장도 경영 일선에 복귀한 상태다. 지난 18일 서울시 전경련회관에서 개최된 한미재계회의 총회에 조 회장은 한국 측 의원장으로 첫 공식 일정을 수행한 데 이어, 조원태 사장도 대한항공 주관으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항공사협회(AAPA) 사장단 회의에 지난 19일 참가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역시 아시아나항공 사장직에 한창수 사장을 선임하고, 공석이 된 아시아나IDT 사장직에 박삼구 회장의 장남인 박세창 사장을 앉혀 위기를 승계 기회로 활용한 모양새다. 박 사장은 아시아나IDT의 연중 상장을 이끌며 향후 경영 성과를 평가받을 전망이다. 


다만 아직까지 오너를 둘러싼 이슈를 완전히 불식하진 못한 모양새다. 그룹 경영 과정 중 비리행위에 대한 의혹이 불거진 만큼 양사는 신뢰 회복을 위해 경영 쇄신을 공언해야 하는 상황이다.  

 

조 회장은 비자금 혐의는 벗었지만 횡령 및 배임 혐의 등에 대해선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될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은 기내식 공급 업체를 자의적으로 변경하면서 사업기회 유용 의혹을 해소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지난 8월 아시아나항공 경영진을 상대로 손배소를 제기한 소액주주들은 지난 19일 첫 변론을 통해 경영진이 회사기회 및 자산을 유용하면서 아시아나항공에 손실을 끼치고 금호홀딩스에 이익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경영 쇄신책을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경영 일선에 복귀한 점 역시 여론 비판의 부담을 가중할 공산이 크다. 

 

노조와의 갈등도 봉합해야 한다. 지난 7,8월 양사 직원들이 경영진의 퇴진을 외치며 거리에 나선만큼 노조 결속력이 높아진 한편 회사와의 갈등도 골이 파인 상태다. 대한항공은 아직까지 조종사 노조와 2017년 임단협을 타결하지 못했고, 지난 10일 직원연대지부의 이춘목 홍보부장을 대기발령 조치하면서 지부의 강한 반발을 산 바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조종사 노조와 임협을 타결시켰으나 일반 노조와는 임협 교섭이 결렬된 상태다. 이에 일반 노조는 오는 30일까지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 중이다. 

 

연말까지 고유가, 환율 악재로 업황이 어두운 가운데 양사가 회사 경영 이슈를 봉합해 손실을 보전할지도 주목된다. 대한항공은 향후 기단 확보에 박차를 가하며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연말까지 재무구조 개선을 앞두고 갈 길이 더 멀다. 지난해 말 4조570억원 상당의 차입금을 올 연말까지 3조원 미만으로 줄이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영구채 발행과 에어부산 등 자회사 상장을 앞세워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실추한 회사 및 그룹 이미지와 고객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숙제도 안고 있다. 양대 항공사가 중장거리 노선을 독점하는 이상 그룹 경영진의 비리 행위에 대한 논란이 경영 실적에 줄 타격은 미미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향후 안정적인 그룹 승계를 위해서 이 같은 논란은 불식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업계 경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장기적 고객 접점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에서 신뢰 회복도 필수적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갑질' 이슈가 항공사 경영을 크게 흔들긴 어렵다고 본다. 그나마 국토부가 갑질 물의를 빚은 항공사에 대해 운수권 배분에 불이익을 줄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사실상 대한항공의 경우 한진일가에 대한 기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며 “다만 그룹 승계에 앞서 대내외적 논란은 속히 봉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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