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불참 기사들 “응원은 하지만 일당도 중요해”…서울시 택시 포화 문제 지적도

택시업계 파업에도 일부 기사들은 정상적으로 영업했다. 서울시내 한 LPG충전소./사진=임재형 인턴기자

“아침엔 파업사실을 잊어버리고 운행 나왔는데 시내에 택시가 없는 것을 보고 알아챘다. 바로 들어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지만, 그럼 돈은 어떻게 버나. 오후에 상황 봐서 끝내야겠다.”

개인택시를 운영하는 김아무개씨(55·남)는 이번 택시 총파업에 대해 이같이 말하며 “파업 참가자들에게 미안한건 맞지만 일당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고 덧붙였다.

택시업계가 ‘카카오 티(T)카풀’ 출시에 대한 항의로 18일 새벽 4시부터 24시간 동안 파업에 돌입했다. 그러나 일부 택시기사들은 파업에 돌입하는 대신 영업등에 불을 켤 수밖에 없었다. 업계 ‘생존권’보다 당장의 일당이 급하다는 입장이다.

이날 오전 10시, 한남운수대학동차고지 근처 택시승강장엔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가 전혀 없었다. 평소 2~3대의 택시가 정차하는 곳이나 정차하는 택시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10여분을 기다리고 나서야 개인택시 한 대가 멈춰 섰다. 기사 김씨는 집회에 참여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협회의 참석 요구가 계속됐지만 갈 의향은 없다”며 “일당을 포기하면서까지 참여하긴 싫다”고 말했다.

집회에 불참한 기사들은 ‘그래도 미안하다’고 입을 모았다. 일당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영업하고 있지만 집회는 응원한다는 의견이다. A운수 소속기사 박아무개(61·남)씨는 “도로에 택시가 하나도 없으니 내가 이상한 것 같다”며 “나는 4시에 운행 종료 예정이라 들어가면 되지만 집회 이후에 운행해야할 기사들은 눈치가 보여 고생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실 출근시간대 서울역에 가봤는데 미안한 마음에 손님을 태울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반면 택시 노조의 보다 강경한 대응을 요구하는 기사도 있었다. 개인택시를 운영하는 박아무개(49·남)씨는 “이번 파업 이후 큰 변화가 없다면 택시 포화 시위를 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택시 포화 시위가 진행되면 차량 운행은 하지만 손님을 태우지 않는 택시가 많아져 교통체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러면서도 그는 “택시 생존권 보장을 위해 서울시, 국토부 중재가 반드시 필요할 것 같다”며 한숨지었다.

일부 기사들은 업계 생존권보다 서울 택시 포화 문제가 더 해결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에 택시가 너무 많아서 영업이 힘들다는 의견이다. B운수 소속기사 이아무개(53·남)씨는 “손님은 한정돼 있는데 공급이 넘쳐나서 경쟁이 심화되고, 이에 택시 서비스 품질도 떨어진다”며 “이는 출근시간대만 해당되니 서울시의 중재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택시 과잉 공급 문제를 두고 서울시는 아직까진 회사의 자율적 조치에 맡긴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국토부에서 총량제를 시행 중인데, 용역 조사 결과 6만대가 적정 수준으로 확인됐다”며 “국토부의 감차계획에 의해 총 7만대 중 1만대의 차량을 줄여나갈 예정이다. 다만 자율적인 조치라서 의지가 있는 업체에게 권고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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