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회장 겸직 여부 '관심'…7조 출자한도 어떻게 활용할 지도 '화두'

손태승 우리은행장. /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최근 국내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주목받고 있는 곳은 단연 우리은행이다. 최근 지주사 전환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손태승 우리은행장이 자리하고 있다.

손 행장은 지난해 이광구 전 행장이 채용비리 의혹을 받고 사퇴한 이후 공석이었던 행장 업무를 대신하다 지난해 12월 취임했다. 사실상 취임 1년도 채 되지 않은 새내기 행장인 셈이다. 취임 직후 손 행장은 당시 뒤숭숭하던 우리은행 내 조직을 정비하는 데 집중했다. 먼저 대규모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부문장을 포함해 11명의 부행장 중 7명이 옷을 벗을 만큼 인사 규모가 컸다.

임원 인사와 함께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영업점의 예산과 평가를 담당하는 영업지원부와 프로모션을 담당하는 시너지추진부를 통합해 영업추진부를 만들었으며 외환사업단을 외환그룹으로 격상시켰다. 아울러 글로벌 네트워크를 디지털화하기 위해 해외 정보기술(IT) 및 핀테크 사업을 전담하는 글로벌 디지털 추진팀을 신설하고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고 대외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대외협력단을 소비자브랜드그룹으로 격상시켰다.

조직을 재정비한 손 행장은 실적 올리기에도 상당한 공을 들였다. 그 결과 우리은행은 올 상반기 1조3000억원 규모의 순이익을 달성하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이는 2007년 이후 반기 실적으로 11년 만에 최대치다. 이러한 성과 뒤에는 손 행장의 땀과 노력이 베어있다.

손 행장은 지난 7월 열린 ‘2018년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지난해 취임 당시 공표한 7대 경영과제를 조기달성했다고 밝혔다. 당시 발표한 7대 경영과제는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25개국 413개)로 국내은행 최초 세계 20위권 진입 ▲차세대시스템 완성으로 디지털금융 혁신 기반 구축 ▲혁신성장기업 투자 및 취약계층 지원 등 생산적‧포용적 금융 선도 ▲상반기 당기순이익 1조 3000억원 돌파로 안정적인 수익기반 확보 ▲전국 46개 지역 총 4500km 대장정을 통한 소통과 화합 행보 ▲인사원칙 및 기준 정립으로 인사제도 혁신 ▲ 지주사 전환 본격 착수 등이다.

현재 우리은행이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분야는 지주사 전환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지주사 전환 인가안이 내달 초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 상정될 전망이다. 우리은행은 지주사 전환 인가를 받은 후 사외이사 간담회와 이사회를 열고 회장직과 행장직 분리 또는 겸직을 포함한 지배구조를 확정해 의결할 계획이다.

이에 발맞춰 손 행장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손 행장은 최근 영국 런던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투자설명회(IR)에 참석했다. 글로벌 운용사와 국부펀드 등 투자자들을 만나 우리은행의 실적과 지주사 전환 계획 등을 설명해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지주사 체제 전환을 앞두고 비은행 계열사들의 상표권 선점에도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은 최근까지 총 13개 비은행 계열사 사명 상표를 특허청에 출원했다. 우리은행이 출원한 사명은 우리생명보험, 우리손해보험, 우리금융투자, 우리종금증권, 우리금융재보험, 우리재보험, 우리리츠운용, 우리리츠AMC, 우리AMC, 우리부동산신탁, 우리자산신탁, 우리자산관리, 우리금융에프앤아이 등이다.

우리은행이 지주사로 전환하면 기존 7000억원에서 7조원 이상으로 우리은행의 출자한도가 커진다. 금융권은 우리은행이 대규모 실탄을 가지고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우리은행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을 인수하기 위한 물밑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주사 전환 완료 이후 증권사나 보험사 인수를 본격화해 덩치를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최근 가장 큰 화두는 손 회장의 지주 회장 겸직 여부다. 우리은행 안팎에서는 우리금융지주에서 우리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라며 손 행장의 회장 겸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하고 있다. 우리은행 노동조합 역시 외부에서 ‘낙하산 인사’가 내려올 확률이 높다며 겸직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현재 국내 금융지주사 대부분이 회장과 행장 분리 체제를 택하고 있는 만큼 분리쪽으로 가닥이 잡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KB금융지주는 지난해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회장과 행장직을 분리하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업계에서는 취임 1년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놀라운 성과를 보여준 손 행장의 경영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며 “다만 중요한 것은 지주사 전환 마무리와 그 이후다. 손 행장이 이를 어떻게 이끌어 나갈 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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