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시중은행 대북 관련 부서 확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백화원 영빈관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평양공동선언서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성황리에 마치면서 남북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금융권에 높아지고 있다. 이에 은행마다 대북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특화상품을 출시하는 등 남북 경협 참여 준비에 바빠지는 모습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금융권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유일하게 정상회담에 동행하면서 남북경협이 본격화 될 때 산은을 주도로 한 은행권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북한의 도로·철도·전력 등 산업기반시설이 열악한 만큼 기반시설 조성을 위한 남북경협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는데 산은 주도의 기금 조성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이유로 이 회장은 평양에서 북한 측 경제 수장인 리용남 내각부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산은은 경제개발 등에 정책자금을 지원한다”고 소개하며 금융권의 남북 경협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은 지난 7월부터 남북경협에 대비해 조직을 정비했다. 당시 산은은 통일사업부를 한반도신경제센터로 개편했다. 센터 내 남북경협연구단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북한개발 금융 등에 필요한 정책금융을 구상할 방침이다.

다만 산은은 남북경협을 위한 금융 역할을 혼자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회장은 최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북한 경제) 발전의 여지가 많이 있을 것”이라며 “수출입은행과 기업은행, 일반 기업, 국제 금융기관까지 힘을 합쳐야 효과를 내고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이 회장이 이번 평양남북회담에 금융권 대표로 유일하게 방북단에 오르면서 산은이 남북경협을 주도하는 분위기가 됐다”며 “수출입은행이 아니라 산업은행이 주도권을 잡은 것은 남북 경협이 대외사업이 아니라 대내사업이 될 것이라는 걸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회장이 남북경협은 다른 은행과 힘을 합쳐야 가능하다고 한 만큼 다른 은행과의 협력도 커질 전망이다. 이미 각 은행마다 대북 관련 부서를 강화하고 준비에 나선 만큼 은행들의 남북경협 동참은 앞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입은행은 남북경협기금 수탁기관으로 남북협력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여러 차례 회의를 열어 남북경협에 대비해왔다. 수출입은행은 남북경협이 본격화할 경우에 대비해 새로운 기금 마련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남북경협 준비를 위해 ‘통일금융준비위원회’를 통해 북한에 대한 연구와 개성공단 입주 기업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중은행 중 우리은행이 금융협력 지원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며 대북경제협력 확대에 대비해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개성공단 영업점을 운영한 경험이 있는 우리은행은 이번 TF를 통해 대북경협​에 완벽히 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KB금융지주는 KB금융경영연구소 산하에 북한금융연구센터를 설치하고 최근 외부 자문위원들도 위촉했다. 국민은행은 최근 이산가족 대상 특화상품인 ‘KB북녘가족愛신탁’ 상품도 출시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신한은행, 신한카드 등 주요 계열사의 전략담당 부서장으로 구성된 협의체를 마련해 남북경협과 관련한 전략을 세우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7월 전략기획부 산하에 남북금융경협 랩(Lab)을 설치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북한 비핵화 조치와 함께 북한 경제 제재가 풀릴 경우 남북경협이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 은행뿐 아니라 글로벌 금융사들도 대북 금융 투자, 지원이 나설 것으로 보인다. 남북경협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아 은행권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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