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금융사 자율성 해칠 수 있어…간접 투자 늘려야”

정부가 지역 금융 활성화를 위해 금융회사의 지역 투자 현황을 평가하고 이를 평가하는 제도를 만들 계획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금융권 자율성을 해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 사진=연합뉴스

금융사 대출 등 금융지원이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지역경제가 나빠지고 지역금융이 약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정부는 지역금융 활성화를 위해 금융사의 지역 대출 및 투자를 확대하도록 요구하는 제도를 마련할 방침이다. 하지만 업계와 전문가들은 정부의 금융사에 대한 일률적인 금융지원 의무 부과가 자칫 금융자금 분배 효율성과 자율성을 해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금융사, 지방 금융지원 확대 통해 지역경제 살려야”

19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회사의 지역투자 활성화 방안 토론회’에서 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실물경제보다 금융부문의 서울 및 수도권 집중도가 훨씬 높다”며 “지방의 경우 실물경제 활동에 비해 금융지원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는 금융권 전체적으로 지역 금융 활성화와 관련한 제도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은행, 상호금융 등 예금취급기관 예수금 가운데 서울과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68.3%에 달했다. 특히 대출의 60.1%도 서울 및 수도권에 집중됐다. 하지만 지역 내 총생산은 국내 총생산의 50.4%를 차지했다. 경제 전체에서 지방이 차지하는 비중이 수도권보다 큰 상황임에도 금융지원은 수도권이 더 큰 상황이다. 또 우리나라 전체 사업체 수 가운데 지방 사업체 수가 차지하는 비중도 51.2%에 달했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지역 중소기업 사업체 비중은 전체의 52.4%를 기록했다.

이 연구위원은 “2016년 말 기준 예금취급기관 여신의 경우 서울 및 수도권이 전체의 60.3%를 차지했고 지방은 39.7%를 차지했다”며 “지역총생산 대비 예금·대출금 비율인 금융연관비율로 따져도 서울 및 수도권과 지방 사이의 격차가 너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방의 실물경제 비중, 사업체 수, 중소기업 사업체 수가 50% 이상이고 종사자 수도 50%에 육박한다. 하지만 지방금융은 그에 미치지 못해 금융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그는 “지방금융 활성화를 위해 지방 저소득자와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확대 노력, 서비스 인프라 투자를 종합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며 “구체적인 지표는 향후 금융당국, 업계 등의 의견을 반영해 결정하고 이를 연차보고서 등에 결과 공시하거나 은행에 대한 경영실태평가에 반영하는 등이 필요하다”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연구위원은 “금융사에 대한 지방금융 지원 의무 부과가 금융기관의 자율성을 해칠 수 있어 금융당국과 민간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평가위원회에서 평가하는 등 객관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8일 부산항 신항에 접안한 컨테이너선./ 사진=연합뉴스
◇금융업계·전문가 “일률적 지방금융 지원 부과는 금융 자율성 해친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지역금융 활성화 요구에 대해선 공감하나 일률적 의무 부과는 금융권의 자율성과 건전성을 저해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경률 KB국민은행 기술금융부장은 토론회에서 “은행은 기본적으로 모든 곳에서 동일한 기준으로 여신을 취급한다”며 “어떤 지역 기업에 금융지원이 커지면 다른 지역에 대한 역차별이 일어날 수 있다. 지역별로 규제를 통해 지원을 할당하는 것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부장은 “지역별 실물 경제에 맞는 충분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며 “지역별 자금의 실질적 수요 및 공급에 대한 구체적 분석이 선행돼야 하고 지방은행, 단위 농협, 신협 등 지역 밀착형 금융기관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생빈 저축은행중앙회 영업지원부장은 “지역금융 활성화는 매우 중요하나 이를 위한 금융사 의무 부여는 금융사의 건전성 기준과 영업활동 등을 저해하지 않는 방향에서 검토해야 한다”며 “금융사가 지역에 자금을 공급하고자 해도 현실적으로 부실 등 건전성 악화 우려에 따라 자금을 공급하는데 한계가 있다. 지역 내에 대출을 활발히 공급할 수 없는 (경제적) 구조 문제도 금융 쏠림 현상의 중요한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전국을 영업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금융사에게 지역 투자에 직접 나서도록 요구하기보다 지역 투자가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도록 간접적으로 지원하라고 촉구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할 것”이라며 “은행의 지역금융 활성화를 위한 지원 노력을 수치화해 공시하는 방안과 기금을 조성하고 지역 특화 금융기관을 육성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최치연 금융위원회 은행과 서기관은 “경영실태평가 반영 방안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지역금융 활성화를 위해 연내 제도 방안을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법령 개정에는 시간이 걸려 정책적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