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시중은행 모두 남북경협에 눈독…대북제재 완화가 관건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사진=KDB산업은행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평양에서 개최되고 있는 가운데 은행권도 남북 경제협력(경협) 주도권을 잡기 위해 치열한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문재인 대통령은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경제사절단과 함께 평양을 방문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유일하게 정상회담에 참여하게 됐다.

앞서 업계에서는 남북경협과 관련해 금융계 인사가 경제사절단 명단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남북경협이 정부 주도로 진행되는 만큼 정책금융을 담당하는 이동걸 산은 회장과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이 포함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수출입은행이 방북 명단에서 제외됨에 따라 남북경협의 주도권을 향후 산은이 가져가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책은행, 주도권 싸움 치열…방북 승자는 산은

이 회장은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남북경협에 큰 관심을 밝혀왔다. 지난 5월 “올 가을 열리는 정상회담 때 평양에 가보고 싶다”고 밝힌 데 이어 이달 초엔 경협 사전준비 차원에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중국 선양·단둥을 다녀오기도 했다. 지난 11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는 “남북경협이 본격화하면 산은이 할 수 있는 일은 굉장히 많다”며 “기반을 닦는 일부터 시작해 세부적인 협력 사업에 참여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산은은 기존 통일사업부를 한반도신경제센터로 바꾸고 센터 내 남북경협연구단을 신설하는 등 남북경협 기능을 크게 강화하기도 했다.

향후 남북경협과 관련해 산은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해질 전망이다. 경제 협력 사업의 첫번째 과제로 꼽히는 북한 사회간접자본 관련 사업을 위해서는 정부 주도의 금융 지원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에 대한 투자의 경우 리스크가 큰 만큼 국책은행인 산은이 투자와 관련한 물꼬를 터줄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이번 방북에 철도·도로·전력 공기업 기관장들도 함께 동행하는 만큼 구체적인 지원 방향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도 높다.

다른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과 IBK기업은행도 남북경헙에 대비하고 있다. 수출입은행의 경우 최근 북한·동북아연구센터의 연구 인력을 보강하고 있다. 아울러 14조원이 넘는 남북협력기금(IKCF)을 운용하고 있는 만큼 향후 남북경협이 본격화되면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은성수 수은 행장은 9월 초 공식석상에서 “대북 경제협력과 개발의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업은행은 최근 북한경제연구센터를 신설하고 북한 연구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개성공단 지점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은 지난 8월 열린 창립 57주년 기념식에서 중소기업 전문은행인 기업은행의 역할을 강조했다. 김 행장은 “한반도 평화 시대를 맞아 북한에서 새로운 새벽을 열어야 한다”며 “개성공단 입주기업 가운데 51%가 IBK의 주거래 기업인 만큼 새로운 남북경협 시대를 선도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시중은행들도 남북경협 대비에 적극 나서

국책은행과 마찬가지로 시중은행들도 남북경협 대비에 적극 나서고 있다. KB금융은 은행 등 각 계열사 전략담당 부서가 참여하는 TF를 운영하고 있으며, 중장기적인 방향에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나 경제협력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 최근 이산가족 대상 특화상품인 ‘KB북녘가족愛신탁’ 상품도 출시했다.

국내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개성공단 지점을 열었던 우리은행은 개성지점 재입점과 입주기업에 대한 지원 방안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손태승 행장은 지난 14일 개성공단에서 열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에 금융권 CEO로서는 유일하게 참석하기도 했다.

하나금융은 은행을 주축으로 ‘대북경협 실무협의체’를 최근 구성했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함영주 하나은행장 등과 함께 평양에서 열린 ‘아리스포츠컵 국제유소년 축구대회’를 후원하기 위해 지난 17~19일 방북하기도 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7월 전략기획부 산하에 남북금융경협 랩(Lab)을 설치했으며 농협은행은 농협중앙회에서 범농협 차원으로 대북 관련 TF를 출범한 상황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남북경협을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북제제 완화가 우선시 돼야 한다”며 “현재 은행들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완화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완화 속도에 따라 남북경협 논의 역시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