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미약’ 상태 인정되면 감형해야 하지만 인정 여부는 판사가 판단할 수 있어

딸의 동창인 중학생을 성추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이영학이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 출석을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던 이영학을 무기징역으로 감형해 준 김우수 부장판사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뜨거웠습니다. 이영학은 중학생 딸 친구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살해한 후 가방에 담아 차로 옮겨 야산에 버린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아내를 성매매시키고 자신의 계부가 아내를 성폭행했다고 허위신고를 한 혐의도 받고 있죠. 아내와 계부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이영학이 감형을 받은 이유는 여러 가지 고려 사안이 있지만, 그중 특히 그의 정신상태에 대한 고려가 있었습니다. 재판부는 그가 범행 직전 극심한 정신적 불안과 성적 욕구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비정상적 심리·생리 상태였다는 점을 강조했죠. 그런데 매번 되풀이되는 정신이상 주장 시 감형 논란, 과연 판사는 어쩔 수 없이 법대로 감형을 해야 하는 건지 본인 의지로 감형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일단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판사의 선택권이 있습니다. 즉, 판사는 정신이상이라는 주장을 굳이 받아들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지요.

이를 정확히 따지기 위해선 정신이상을 주장하는 이를 ‘심신미약’상태로 인정을 할 정도인지가 중요합니다. 형법 10조에 따르면 심신미약 상태인자는 형을 감경하도록 돼 있습니다. 그렇다면 판사가 어쩔 수 없이 감형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요? 물론 그렇습니다. 단, 심신미약상태로 인정을 했을 때의 경우죠. 판사가 심신미약 상태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감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다음은 강신업 변호사의 설명입니다.

“아무리 정신과에서 정신이상을 증명하는 진단서를 발급해 준다고 해도 바로 심신미약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전문기관에서 진단서를 낸다고 해도 판사는 본인의 판단에 따라 인정을 하지 않을 수 있죠. 재판의 최종 결정권은 결국 판사에게 있습니다.”

한마디로 누군가를 살해하거나 성폭행을 하고 정신이상 진단서를 제출한다고 해도 판사가 이를 받아들여주지 않으면 감형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정상적이지 않은 부분이 인정된다고 해도 범죄행위와 관련해선 별 영향이 없었을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이죠. 결국 최종 판단 결정권은 판사에게 있습니다. 다만 판사가 특별한 이유 없이 진단서 등 증거를 받아들여주지 않을 시엔 상급심에서 파기 사유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한편 최근 강력범죄를 저지르고 심신미약을 주장하는 경우가 유행처럼 번져가는 가운데 얼마 전 방송에서 소개된 해외의 한 살인마의 발언은 우리에게 시사점을 던지고 있습니다. 

 

수년 간 40명 이상을 살해하고 경찰에 잡힌 이 살인마는 “내가 출소하면 똑같이 사람을 죽이고 다닐 것”이라고 덤덤하게 이야기를 했다고 하는데요. 경찰에 잡히고도 살인충동을 숨기지 못하는 그와 잡히고 나자 반성의 눈물을 흘리고 변호사를 통해 판사에게 반성문을 제출하는 한국의 흉악범 중 누가 진정으로 심신미약인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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