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7일 2000억 달러 관세 발효 예정…中 맞대응하며 우회적 대결 펼칠 전략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7일 2000억 달러(한화 약 224조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또 다시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다. 2000억 달러는 중국 대미 수출액의 약 40%에 해당한다. 미중 무역전쟁이 다시 격화될 조짐을 보이자 미국의 관세 위협을 피해 중국에서 동남아 등으로 이전을 고려하는 기업이 늘고 있어 주목된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주간 공청회에서 관세로 인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제품 목록과 관련해 의견을 수렴했다. 미국 기업들은 중국산 제품 관세에 대한 의견을 서면으로 제출하기도 했다.

미국 언론 매체 CNN은 5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 중국산 제품에 대한 대규모 추가 관세가 이르면 공청회가 끝나는 직후인 7일 발효될 수 있다”며 “이는 미국이 올해 중국에 부과한 관세 중 가장 고통스러운 한 방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미 무역대표부(USTR)에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추가 관세율이 10%일지, 25%가 될지는 아직 불분명한 상황이다.

CNN에 따르면, 관세가 발효된 후 기업들은 정부에 특정 제품을 관세 목록에서 제외해달라는 요청서를 제출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들은 해당 제품이 다른 어떤 곳에서도 생산되지 않는 다는 것을 증명해야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초대형 관세폭탄을 부과하더라도 협상력을 키우기 위해 ‘선(先) 발표, 후(後) 시행’으로 협상 시간을 벌 수 있다는 관측이다. 또 단계별 부과 방식으로 대중국 압박 강도를 높여갈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은 미국이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강행할 경우 중국도 6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의 모든 강경한 압박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며 “중국이 이런 위협, 협박, 아무 근거 없는 비난에 굴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어서 깨어나야 한다”고 비판했다.

◇ “무역갈등 심화로 동남아로 이전하는 수출기업 증가”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다시 격화될 조짐이 보이자 미국의 관세 위협을 피해 생산라인을 중국에서 동남아로 이전하는 문제를 고민하는 바이어들과 수출업자들이 늘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즈(FT)는 3일(현지시간) 미국의 패션 브랜드인 스티브매든은 중국 내 핸드백 생산 비중을 늘리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핸드백은 트럼프 행정부가 추가로 관세 부과를 검토 중인 2000억 달러의 수입품 목록에 포함돼 있다.

FT에 따르면 3년 전부터 중국뿐 아니라 캄보디아에서도 핸드백을 생산하고 있는 스티브매든은 캄보디아의 생산 비중을 올해 15%에서 내년에는 30%로 늘리기로 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자사 제품의 약 93%를 중국으로부터 공급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현지에서 의류 공장을 운영하는 이아무개씨는 “중국이 글로벌 제조업 중심지인 건 맞다. 다만 미중 무역전쟁이 치열해지면서 제품 생산비가 증가하게 됐고, 무엇보다 관세 때문에 제품을 미국으로 수출하는 데 시간도 오래 걸려 업무에 차질이 생긴다”며 “이에 대처하기 위해 공장 자체를 동남아로 옮길지 고민 중에 있다”고 말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제조업자들과 미국의 바이어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들은 중국이 앞으로도 세계의 공장으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할 것이란 데는 이견이 없다고 주장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국 무역전쟁의 본질은 미국 내의 여론을 잡아 정치 기반을 다지고, 중국한테서도 승리를 얻어내 11월 중간선거에서 재선을 얻어내려는 정치적 로드맵에 있다”며 “당분간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에 공격적으로 맞서 2000억 달러 관세를 부과하면서 중국의 타협을 이끌어 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국은 미국에 맞대응 하면서 다소 부담을 지더라도 정면대결보다는 우회적인 대결을 펼칠 것이다. 관세를 매기면서 아프리카 등과 교류하며 중국 내 시장을 다변화시켜 국가이익을 챙기면서 미중 간 내부적 협상에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평론가는 이어 “일부 기업이 중국을 떠나 동남아로 움직일 조짐이 보이긴 하나 여전히 중국은 미국 다음으로 글로벌 시장에 위치해 있다. 만약 기업들이 동아시아 쪽으로 이전한다면 중국은 공산국가이기 때문에 국가이익을 위해서라도 미국산 제품을 제재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중국보다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적 상황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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