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기재부와 예산 배정 논의 진행 중…최대한 빨리 문제 해결할 것”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취업난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예산 배정 실패로 하반기 내일배움카드 발급이 어려워진 모양새다. 하반기 채용을 앞둔 상황에서 구직자들의 내일배움카드 발급 수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예산 부족으로 정부가 발급 제한에 나서 구직자들의 불만이 급증하고 있다.

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내일배움카드 예산은 과거 집행추이 등을 토대로 꾸준히 확대해왔다. 다만 7월 기준 상반기에만 전체 예산 중 80%정도가 지출되며 당초 예상보다 지출량이 늘자 지난달부터 발급 제한을 시작했다.

내일배움카드는 구직자를 대상으로 고용센터에서 훈련필요성·취업의지 등에 대한 상담·심사과정을 거쳐 직접 훈련비용을 지원하는 제도다. 카드 한도는 1인당 1년 이내 200만원이다.

정부가 카드 발급 건수를 제한한건 이번이 처음이다. 고용부에 따르면 발급 제한을 시작한 지난달 6일 이후 연말까지 발급 가능한 내일배움카드는 총 7만7069장으로 예산 규모는 1500억원 정도다.

내일배움카드 발급에 제한이 생기자 배정 물량이 남은 수업을 듣기위해 고용지원센터마다 방문해 상담을 요청하는 구직자들도 늘었다.

취업준비생 신아무개씨(27)는 “취업을 위해 내일배움카드를 발급하고 싶어 고용센터마다 방문해 상담 받고 있다. 아무래도 사무직쪽으로 취업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센터마다 사무직 훈련 인원을 제한시키고 있고, 발급 자체도 전보다 많이 어려워졌다”며 “발급 제한에 대한 기준, 센터마다 심사 기준 등도 명확하지 않아 발급하는 데 더 어려움이 따른다. 심사에 거부 당해도 상담원이 발급 제한 탓이라는 설명뿐이라 더 막막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구직자들은 발급 수량 제한에 따라 선정 기준도 까다로워져 취업 취약계층에 대한 역차별도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대학생 이아무개씨(25)는 “상담을 받고 절차대로 심사에 따랐는데 최근 아르바이트 때 가입한 고용보험 이력 때문에 카드 발급을 거절당했다”며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도 많을텐데 고용보험 이력이 있다는 이유로 거절당해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취업준비생 박아무개씨(26)는 “한 번 강의를 놓치게 되면 다음 강의까지 6개월 정도 기다려야 한다. 빨리 취업해 생활비를 벌어야하는데 수업을 듣지 못하게 돼 6개월 공백이 생겼다”며 “내년 상반기에 카드 발급에 대한 보장도 없어 걱정이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생애 첫 발급자, 취업성과 우수과정 참여 희망자, 장기 실업자 등 우선지원 대상자 가이드라인을 정해 내일배움카드 발급 기준을 적용할 방침이다. 또 일부 청년층이 아르바이트 경험 등 때문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의견에 따라 면밀히 실태를 파악해 보완 방안을 검토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훈련기관에선 고용노동부가 갑자기 내일배움카드 발급 제한을 시행하면서 경영난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 IT기관 관계자는 “고용부는 예산 사정과 취업 이외 목적 훈련 등 비효율적 요소를 없애기 위해 이런 제도를 시행한다고 하지만, 예산 분배나 시행 등에 대한 계획과 준비 없이 이제 와서 예산 부족을 이유로 카드발급을 제한하는 건 말도 안된다고 본다”며 “관련 종사자들은 이로인해 실업 위기를 맞을 수 있다. 긴급 예산을 편성하더라도 그간 시행해온 교육훈련을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초 정부는 직업 훈련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내일배움카드 제도를 시행했다. 그러나 정부의 예산 착오로 당장 하반기에 대한 지원이 어려워지자 돌연 발급 제한에 나서 구직자들의 취업을 막고 있는데, 이는 정부의 일자리 창출 취지와 어긋난다는 것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최대한 이른 시기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현재 기획재정부와 예산 배정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에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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