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참사, 소득양극화, 투자부진’ 소득주도 성장 한계 점점 명확해져

미국의 가계소득 증가율이 금융위기 전 수준을 회복했고, 민간소비 역시 호조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은행이 지난 26일 발표한 '해외경제포커스:미국의 민간소비 현황 및 주요 리스크 요인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GDP성장에 대한 민간소비 기여도가 2010~2013년 1.1%포인트였는데 2014~2017년 기간에는 2.0%포인트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보고서는 최근 미국 경제의 성장세를 민간소비가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 가지 주목할 부분이 있다. 민간소비 호조 배경으로, 보고서는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증가하면서 소비여력이 확대된 점을 꼽았다는 점이다. 특히 가계의 가처분소득 증가를 기업의 수익성 증가에 따른 노동시장의 개선과 감세 등 확장적 재정정책이 만들어 낸 결과라고 소개했다. ‘감세→기업의 수익성 증가→노동시장 개선→가계소득 증가→민간소비 호조’라는 도미노 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트럼프 집권 이후 미국의 경제는 말 그대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반대로 눈을 국내로 돌리면 한 숨이 절로 나온다. 고용 참사, 소득양극화, 투자 부진 등 국내 경제는 쇼크에 빠졌다. 국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정권을 교체하는데 성공했지만 문재인 정부의 집권 2년차 경제 성적표는 뭐하나 딱히 내세울만한 것이 없을 정도로 초라하기 그지없다.

현 정부의 명운을 걸고 추진하고 있는 소득주도 성장은 각종 경제지표를 통해 그 한계가 갈수록 명확해지고 있다. 지난 7월 취업자 수는 5000명 증가하는데 그쳐 8년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올해 1분기, 1분위(하위 20%)와 5분위(상위 20%)의 소득 격차는 더욱 벌어져 소득분배지표는 2008년 2분기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설비투자는 올해 3월부터 6월까지 넉달 연속 하락했다. 경기가 좋지 않다고 판단한 기업들이 투자를 망설이는 것이다.

소득주도 성장은 완전고용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케인스의 경제이론에 기초한다. 실제 현 정부는 집권 이래 최저임금 인상, 소득·법인세 인상, 부동산 규제 등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해왔다. 최근 궁지에 몰린 청와대가 직접 나서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 소득주도 성장을 실현하겠다’고 밝힌 점을 보면 이런 정부의 기조는 집권 내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여러 비판이 있음에도 문재인 정부가 당선공약이자 국정과제로 삼았던 경제정책들을 끝까지 이뤄내고 말겠다는 굳은 의지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러나 미국의 사례를 좀 더 예의주시했으면 한다. 미국의 경제는 현재, 지난 연말 법인세 인하 소식과 함께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심지어 기업들이 먼저 나서 임금을 올리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월마트는 최저임금을 11달러로 인상하고 근무연한에 따라 최대 1000달러에 달하는 보너스를 지급하기로 했다. 월마트 외에도 애플, 버라이즌, 인텔 등 많은 대기업들이 세제개편이 수익구조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 중이다.

건국 이래 처음 시도되는 소득주도 성장 실험이 최종적으로 어떤 목적지에 도달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시장경제는 한 번 경직되면 회복되기까지 배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만약 아니라는 판단이 선다면 기회가 있을 때, 시장의 자정능력이 아직은 있을 때 과감히 돌아서야 한다. ‘무조건 하면 된다’는 '닥공'(닥치고 공격)식 정부의 경정정책이 참극을 불러올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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