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자판호에 이어 내자판호까지…“판호 재발급까지 오랜 시일 걸릴 전망”

중국의 판호 발급 중단이 장기화 되는 모양새다. /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중국의 판호 발급 중단이 장기화 되는 모양새다. 중국 판호 발급 재개만을 기다려왔던 국내 게임사들은 속이 타들어가는 상황이다.

23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이후 중국 정부로부터 판호를 획득한 국내 게임은 단 한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판호란 중국이 자국에 출시되는 게임에 발급하는 일종의 서비스 인허가권이다. 게임 내 재화를 팔기 위해서 반드시 발급받아야 한다.

중국 시장은 오래전부터 국내 게임사들이 활발히 진출하던 곳이다. 특히 PC 온라인게임의 경우 한 때 중국 시장을 장악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엔 중국 게임사들도 높은 경쟁력을 보유, 한국 게임이 중국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에서 한중간 사드배치 문제가 터지자 중국 정부가 한국 게임의 중국 진출을 사실상 막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3월부터 국내 게임에 판호를 내주지 않고 있다. 특히 넷마블게임즈, 엔씨소프트와 같은 국내 대형 업체들조차 판호를 획득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한국 진출에 어려움이 없지만, 한국은 중국에 진출하기 위해서 판호 획득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중국 정부가 이런식으로 판호를 거부하면, 국내 게임사 입장에선 사실상 기다리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판호 발급 중단이 장기화되는 모양새라는 것이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중국 당국은 게임 판호 발급을 잠정적으로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외자판호) 뿐만 아니라 내자판호(중국 내 게임에 부여하는 판호) 발급까지 동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중국 최대 IT업체인 텐센트가 내자판호를 발급받은 ‘몬스터헌터: 월드’의 경우 서비스 도중 판매가 중단됐다. 아울러 텐센트는 중국 정부의 강화된 규제 때문에 최근 분기 순이이익 13년만에 처음으로 감소하기도 했다.

외자판호에 이어 내자판호까지 막히자 국내 업체들은 ‘좌불안석’인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중국 당국이 오는 9월부터 판호 심사를 재개한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

일부 게임사들은 중국 판호 문제가 장기화 되자 이제는 아예 탈(脫)중국에 나서는 모양새다. 현재 일본, 동남아, 북미 등 다른 해외 시장 진출에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세계 1위 게임 시장인 중국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아울러 중국은 전통적으로 국산 게임이 강세를 이뤄왔던 곳이다. 넥슨의 ‘던전앤파이터’나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 등은 여전히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자국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히 강하다. 국산 게임이 중국 시장을 점령했을 때 상당히 자존심 상해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중관계가 다시 개선되더라도 판호 발급 재개까지는 오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도 이에 대해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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