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과세 원칙에 따라 실제 대표이사가 납세의무 부담

국세청 세종청사/사진=시사저널e


어떤 법인이 일명 바지사장으로 불리는 가짜 대표이사를 세웠다면 탈세나 횡령 등을 의심해봐야 한다. 대표이사는 구매, 계약 등 기업운영에 필요한 경영활동에서 대표성을 갖는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지만 많은 대표이사들이 자신이 부임한 회사의 주식을 보유한다. 주식으로만 급여를 받는 사람도 있다. 주주로서 그리고 회사의 총책임자로서 책임 있는 경영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 경우 법인이 대표이사에게 지급한 급여의 소득세는 누구의 의무일까. 이런 법인들은 설립 단계부터 불법이고 이후 세무당국의 감시도 피해야하기 때문에 보통 가짜 대표이사가 소득세를 신고·납부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물론 지급한 급여는 허위일 가능성이 높다. 어쨌든 이런 법인은 세금신고도 제때하고 운영상 허점도 보이지 않아야 당국의 감시를 피할 수 있다.

최근 세무당국은 법인세를 신고하지 않은 A법인에 대해 추징절차에 돌입했는데 이 과정에서 소득이 불분명한 소득금액을 현행 법인세법에 따라 대표이사 상여로 처분했다. 그런데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소득세를 추징당한 A법인의 대표이사(B)가 자신은 ‘가짜’이며 ‘진짜’ 대표이사는 따로 있다는 것.

B는 “지인(실제 대표이사)의 부탁을 받고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법인인감과 카드도 이들이 갖고 있다. 이들은 공사비를 조작하기 위해 허위로 세금계산서를 발급·신고했다. 세금을 착복한 것이므로 세무조사해 탈세 등에 따른 처분을 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당시 세무당국은 “지인들을 실제 대표이사로 볼 수 있는 객관적인 증빙이 없다”며 소득세를 추징을 강행했다.

결국 이 사건은 조세심판원까지 갔다. 심판원은 실제과세 원칙을 들이댔다. 심판원은 “(B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근로소득을 수령한 사실이 없고 지인들(실제 대표이사)을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혐의로 고발했다”면서 세무당국의 판단을 뒤집어 B에게 부과된 소득세를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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