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일보 등 中 언론 ‘애국심’ 강조 보도…정치적 입지 강화 통해 시진핑 1인체제 다질 듯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인 체제 균열 조짐과 미·​중 무역전쟁의 타개를 위해 ‘애국주의’를 강조하고 나섰다. 중국은 미국의 관세 부과에 따라 맞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미국에 밀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사회주의 특성을 활용해 내부 결속을 다지는 모양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미국산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도 확산되고 있다.

 

8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중국 최동단 섬을 30여년간 지키다가 최근 숨진 왕지차이(王繼才)를 언급하며 애국·봉사 정신을 강조했다. 왕지차이는 중국 최동단 카이산(開山) 섬을 지킨 인물로, 매일 섬에서 중국 국기를 계양하며 항공 및 해양 경계 임무를 수행해 대표적인 애국자로 불리고 있다.

시 주석은 “왕지차이가 32년간 국가를 위해 섬을 지키다가 생을 마감했다. 우리는 이런 애국정신을 대대적으로 기리고 새 시대 투쟁가의 가치로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이 왕지차이의 사망을 지목한 것은 최근 미·중 무역전쟁에서 중국이 미국과 맞서기 위해서는 중국인들의 강력한 애국심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체적인 국력에서 미국에 밀리는 모습을 보이자 중국인들의 정신무장을 통해 난관을 타개하자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공산당 중앙선전부와 중앙조직부가 최근 대학과 연구소, 공공기관, 기업 등에 보낸 지침에서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해 분투할 것을 주문했다”고 보도했다.

이 지침에는 ‘사상적, 정치적 정체성을 당과 국가가 확립한 목표에 맞출 것’을 요구하면서 대학과 연구소 등이 애국심을 연구하고 논의할 세미나와 포럼을 개최할 것을 지시했다. 또 연구와 직업훈련 등에서도 애국심을 핵심으로 삼고 사회 연구와 정책 제언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앞서 중국 전역에선 시 주석의 개인숭배 움직임이 보였고 지난 6월 7일 중국판 대학수학능력시험인 가오카오(高考)의 작문 시험에도 시진핑 사상과 관련된 문제가 다수 출제됐다. 시 주석 모교인 칭화대 교수 또한 시진핑 1인 체제를 비판하고 개인숭배 중단을 공식 요청한 바 있다.
 

 

/사진=중국 인민일보(人民日報) 1면 캡처본

그러나 시 주석이 애국주의를 강조함에 따라 중국 관영 매체들은 앞다퉈 이례적으로 장문의 평론을 보도했다.

인민일보는 8일(현지시간) 1면에 평론을 실고 시 주석이 최근 요하네스버그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 경제 5개국) 비즈니스 포럼에서 “어려움과 고생은 성공 요소가 된다”는 발언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어려움을 겪고 나서 큰 성과를 거뒀다고 전했다.

인민일보는 “중국은 비바람을 겪고 나서야 무지개를 볼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 중국은 글로벌 시대에 평화, 상생 협력을 이루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시대 흐름을 거슬러 관세 장벽을 치고 패권 몽둥이를 휘두르는 나라들은 결국 제 발등을 찍게 되기 마련이다”고 비판했다.

이 매체는 “어떤 비바람에도 중국이 더 아름다운 생활을 향해 달리는 길을 누구도 막을 수 없다”며 미국과 무역전쟁에서 물러설 뜻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 내부에선 웨이보(微博, Weibo) 등 중국 SNS를 중심으로 미국산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중국 네티즌들은 ‘미국산 제품 불매’, ‘미국 기업 매출 감소’ 등의 해시태그(키워드)를 SNS에 확산시키고 있다.

 

/사진=중국 SNS 웨이보(微博, Weibo) 일부 캡처본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 28일 중국인 2000명을 대상으로 한 ‘미중 무역전쟁이 지금보다 확전되면 미국산 제품을 불매할 의향이 있냐’는 설문조사에 54%가 ‘매우 그렇다’고 답했다.

중국 네티즌들은 SNS를 통해 “무역전쟁이 끝나기 전까지 절대 미국산 제품을 사용하지 않겠다”, “미중 무역전쟁 분위기가 지금보다 더 고조되면 스타벅스, 아이폰, 나이키 등 미국산 제품을 모두 구매하지 않을 것” 등의 반응을 보이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국인 유학생 왕아무개씨(25)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 내부에선 미국산 제품 사용에 대한 소비자 시선이 바뀌고 있다”며 “의류, 식품 등 미국산 제품에 대해 SNS를 통해서 불매운동을 벌이며 미국산 제품 뿐만 아니라 반미 감정도 확산되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중국은 처음부터 무역전쟁 확전을 원치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무역전쟁을 시작함에 따라 중국은 대외적으로 미국과 물밑 접촉을 하면서도 마지못해 응전하는 상황”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입지 강화를 위해 무역전쟁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듯한 모습인데 시진핑 주석도 같은 생각인 것 같다. 대내적으로 국내 정치에 활용하면서 애국주의를 통해 단결하려는 의도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중국 자체가 사회주의 체제이기도 하고 국가력이 강한 국가다. 불매운동 확산을 통해 최근 일부 언론에서 비판하는 시 주석의 황제체제, 독재 등을 잠재우려는 것 같다”며 “다만 불매운동은 오래 끌고 갈 수 없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이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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