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구시보 등 中언론 “정밀타격” 자평…양국, 재협상 위한 ‘기싸움 대응’ 분석도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미·중국 간 무역전쟁이 본격화된 지 한 달이 흘러가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안정’에 방점을 뒀던 중국이 결국 미국산 제품 600억 달러 규모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중국의 보복 조치 맞대응으로 무역전쟁이 다시 고조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지만, 힘의 균형상 수세인 중국이 미국과 물밑협상을 재개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앞서 미·중 양측이 총 500억 달러 규모의 관세부과를 조치한 뒤, 미국은 추가로 2000억 달러와 전체 규모에 해당하는 5000억 달러의 관세 부과 가능성을 경고했다. 미국은 또 2000억 달러 관세 부과율을 10%에서 25%로 올리겠다고 경고하면서 대 중국 압박이 고조되는 양상이었다. 

◇中, 美에 600억 달러 보복조치…“시 주석 권력 리더십 타격 우려” 분석도


중국은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해 그동안 ‘안정 경제를 취하겠다’며 대응 조치에 미온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2000억 달러 규모의 관세부과를 공식화하고 관세율을 15%p 늘리겠다고 발표하자 입장을 선회하는 듯 보인다. 

 

이에 대해 중국 내외부에서는 ​중국이 미국에 굴복하는 모습으로 보일 수 있다는 우려에 맞대응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시진핑 국가 주석의 모교인 칭화대 교수가 시 주석에 대한 독재를 강하게 비판하고, 중국 내부에서도 미중 무역전쟁에 대처하는 데 있어 미국에 끌려다닌다는 여론이 조성되면서 권력 리더십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형국이었다. 

 

결국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산 5207개 제품 600억 달러 규모에 관세를 25%, 20%, 10%, 5%씩 차별화해 부과할 방침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농산품, 식품, 목재, 건축자재, 화학품, 전자기계 등 다양한 품목이 포함됐다.

2000억 달러 규모 관세 부과를 운운한 미국과 비교하면 양적으로는 밀리는 수준이다. 하지만 중국 내에서는 ‘융통성 있는 대응’으로 자평하는 분위기다. 

 

가오링윈(高淩雲) 중국 사회과학원 세계경제정치연구소 연구원은 중국 언론 매체 중국신문망(中國新聞網)을 통해 “중국의 조치는 소위 말하는 대등함을 추구하는 게 아니다. 금액 상으로 절대적 대응은 필요없다”며 “25%, 20%, 10%, 5%, 네 단계의 차등적 관세율로 이뤄진 반격이 더욱 융통성있는 조치로 중국 기업과 소비자에 대한 충격을 최소화하는 걸 충분히 고려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산업 생산과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비교적 크고, 대체재가 비교적 적은 품목에 대한 관세율은 비교적 낮게 매겼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5% 관세율을 매긴 662개 품목은 주로 기업에서 사용하는 원자재로 일부 하이테크 제품으로 대체재가 비교적 적은 반면, 20~25% 관세율 부과 품목은 대부분 대체 가능한 것 또는 중국 시장 의존도가 비교적 높다는 것이다.

중국 관영 언론 환구시보는 6일 논평을 통해 중국의 600억 달러 관세 부과 계획은 단호하고 이성적인 반격이라며 정당성을 강조했다. 환구시보는 “미국과 중국의 관세 부과 규모가 2000억 달러와 600억 달러로 차이나는 것은 양국의 무역 형태상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대신 중국의 보복은 정밀타격 형태가 될 것이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그러면서 “지난해 중국의 대미 수출량은 4298억 달러이지만, 대미 수입량은 1539억 달러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중국의 보복 관세는 미국 산업을 향한 정밀 타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환구시보 외에도 신화통신, 인민일보 등 관영 매체들도 무역전쟁에 대한 평론을 보도하며 “중국은 싸우고 싶지 않지만 무역전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무역전쟁 고조에도 ‘물밑협상 가동’ 분석…양국 재협상 열려 있어

양국이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지만, 일각에선 양국이 무역 전면전을 피하고자 물밑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는 관측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힘의 경쟁에서 다소 밀리는 중국이나 자국 내부의 반발 기류가 형성된 미국으로서도 전면전을 피해야한다는 분위기가 반영된 분석이다. 

 

이에 따라 양국이 상호 맞보복 관세를 부과한 것은 재협상에서 서로 우위를 점하려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이날 “미·중 양국이 비밀리에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타협을 모색했으나 실패로 돌아갔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4일 트위터를 통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가 누구의 예상보다도 훨씬 잘 작동하고 있다. 중국 증시는 지난 4개월간 27% 빠졌고, 그들은 우리와 대화하고 있다”며 “우리 증시는 예전보다 더 강해지고 있다. 이 끔찍한 무역거래에서 성공적으로 재협상이 이뤄지면 극적으로 상승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는 미·중 양국 간 재협상을 사실상 공식화한 것으로 풀이돼 주목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중국은 미국을 상대로 전면전을 원하는 게 아니다. 중국은 미국과 경제력에서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미국과 맞서 얻을 수 있는 게 없다”며 “시진핑 국가주석도 중국내 권력이 현재 평탄치 않고 이에 따라 흔들릴 수 있다. 이에 중국은 미국에 맞서면서도 국가의 실리를 찾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박 평론가는 “사실상 중국이 맞보복한 600억 달러는 미국에 타격을 입히기엔 약하지만 미국에 대응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이면서 실리를 챙기려는 것이다”며 “양국이 물밑협상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재협상을 하기 위해선 근본 배경, 핵심의제 등을 총체적으로 봐야한다. 지금 국면에선 중국이 만약 다소 양보할 여지가 있다면 재협상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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