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여성, 인신매매범 몰려 옥살이…영사는 업무태만으로 감봉 1개월 ‘경징계’

정의당 추혜선 의원(왼쪽부터), 영화감독 방은진,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이 지난해 8월 10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멕시코에 부당 수감 중인 양아무개씨의 조속한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양씨는 멕시코 여행 도중 한인 인신매매범으로 지명돼 산타마르타 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인 여성이 멕시코에서 인신매매와 성매매 알선 범죄자로 몰려 옥살이를 한 ‘멕시코 W노래방 사건’에서 이임걸 전 주멕시코 경찰영사의 구체적인 업무태만 실태가 확인됐다. 법원은 이 전 영사에게 내려진 감봉 1개월의 경징계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유진현 부장판사)는 이 전 영사(총경)가 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감봉처분취소’ 청구를 기각했다고 5일 밝혔다.

‘멕시코 W노래방 사건’은 애견옷 디자이너 양아무개씨가 2016년 1월 멕시코 소재 W노래방에서 회계 일을 돕다 멕시코 검찰에 연행돼 ‘인신매매 및 성매매 포주’로 몰려 옥살이한 사건이다.

당시 주멕시코 영사로 파견 중이던 이 전 영사는 재외국민보호를 위한 영사업무를 태만히 해 논란이 있었다. 결국 이 전 영사는 임기 3년을 채우지 못하고 조기 귀국해야 했다.

이후 감사원은 이 전 영사가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 복종의 의무, 품위 유지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고 경찰청에 징계 의결을 요구했다.

경찰청은 이 전 영사가 ▲영사조력 업무 처리 태만 ▲멕시코 관계기관과의 수·발신 문서 관리 및 대응업무 태만 ▲부적절한 온라인 대응으로 외공관에 대한 불신 초래 ▲통역자 명단 관리 업무소홀 등을 이유로 2017년 4월 14일 감봉 1개월의 경징계 처분을 내렸다.

이에 이 전 영사는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까지 제기했다.

재판부는 ▲멕시코 검찰이 양씨를 체포한 뒤 12시간이 지나서야 우리 대사관에 통보했는데도 이 전 영사가 아무런 문제제기를 하지 않은 행위 ▲양씨와 함께 체포된 종업원들에 대해 영사조력권이 없다고 판단해 멕시코 검찰의 부당대우 및 인권침해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행위 ▲멕시코 검찰의 입회 요청에도 응하지 않은 행위 등을 근거로 이 전 영사가 영사조력업무를 태만히 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또 ▲멕시코 법원에서 20회 영사지원을 요청했음에도 대사에게 보고 없이 3차례만 참석한 행위 ▲멕시코 관계기관에 중요사안에 대해 공문을 발송하면서 내용 확인을 소홀히 하고, 대사에게 보고 없이 본인 명의로 발송한 행위도 대응업무 태만으로 인정했다.

이밖에 ▲인터넷 기사에 양씨를 ‘마담’으로 지칭하고 노래방을 ‘룸살롱’으로 지칭하는 댓글을 단 행위 ▲ ‘(양씨 등이) 더 이상 소송에 돈 쓰기 싫고 면피하려는 것으로밖에 생각할 수밖에 없다’라고 쓴 행위는 “대사관 및 재외공관 및 영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킬 우려가 있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멕시코 검찰이 한국인 통역자를 요청하는 상황에서, 통역자들의 통역 업무 가능 여부 등을 확인하지 않은 채 명단을 멕시코 검찰에 넘긴 행위도 업무 소홀로 인정됐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징계 사유가 모두 인정되고 재량권 일탈·남용 등의 위법이 없다”면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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