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 대상 소형SUV‧준중형세단으로 경차 수요 옮겨가… 한국GM "대규모 할인으로 내수 총력"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정부가 자동차 경기 부양을 목표로 개별소비세 감면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한국GM에는 오히려 악재가 될 전망이다. 한국GM 주력제품인 경차 스파크는 개소세 적용 대상이 아닌 데다가 정부 개소세 감면에 경차 시작이 계속 쪼그라들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한국GM은 쌍용차에 내준 국내 시장 3위 자리를 연내 되찾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정부가 시행한 개소세 인하 조치가 미약하게나마 내수 성적을 끌어올렸다.

 

지난달 국내서 판매된 자동차는 133792대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4% 증가했다. 개소세 감면이 적용된 차량은 지난달 19일부터 출고된 차량이다. 7월이 전통적인 비수기임을 감안하면 체감 할인 효과가 미미하게나마 시장에 통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말까지 시행되는 개소세 감면은 자동차 시장 성수기에 진입하는 내달부터 그 효과가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내수를 살리기 위해 경차를 제외한 승용차, 이륜차, 캠핑용 자동차 등에 한해 올 연말까지 개소세를 현행 5%에서 3.5%로 낮추기로 했다. 이번 개소세 인하를 통해 올 하반기 동안 총 6만대가량 판매 증진 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완성차 5사는 개소세 감면 정책에 할인을 더하며 고객몰이에 나섰다. 이에 따라 내수 80%를 독식하는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마이너 3사의 시장 점유율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난달 쌍용차는 9823대를 팔며 같은 기간 한국GM의 판매량(9000)과 격차를 벌리고 지난 2월 이후 6개월 연속 업계 3위를 굳혔다. 한국GM은 지난 6월 신차 효과를 누리며 쌍용차와 차이를 155대까지 좁히는 듯 했지만 지난달 판매량이 다시 감소세로 돌아서며 양사의 판매량 격차는 823대로 벌어졌다.

 

업계선 쌍용차가 물량 적체 문제를 해결하며 판매대수를 늘린 동시에, 한국GM의 부진한 판매 실적으로 양사 격차가 벌어졌다고 분석했다. 특히 한국GM은 주력 제품인 경차 스파크가 올 연말까지 개소세 인하 효과를 보지 못하는 까닭에 하반기 전체 판매 실적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한국GM 3위 탈환이 멀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개소세 감면이 첫 시행된 지난달 스파크 판매량은 3572대를 기록, 전월 대비 약 300대 가량 감소를 보였다. 이 같은 감소폭은 개소세 효과가 본격화되면서 더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경차인 스파크는 개소세 적용 대상이 아닌 까닭에 소비자의 체감 할인 폭이 적기 때문이다.

 

아울러 개소세 인하로 할인되는 소형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준중형세단은 경차 가격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경차 수요 일부가 개소세 대상 차량으로 이동할 것이란 관측이다. 앞서 지난 20158월부터 20166월까지 시행된 개소세 감면 조치에 경차 판매량은 다소 주춤했던 과거도 있다. 지난 20158월 경차가 99%를 차지하는 A세그먼트의 시장 점유율은 11.4%였으나 개소세 인하 정책 시행 이후인 910.2%, 108.3%, 11월에 8.9%로 급감한 바 있다.

 

국내 경차 시장이 쪼그라들고 있다는 점도 한국GM의 판매 실적을 끌어내리는 요인이다. 국내 경차 시장은 지난 201320만대 규모를 형성했지만, 2015185398, 지난해 147565대로 꾸준히 줄고 있다.

 

여기에 시장점유율 40%로 경차시장 1위인 기아자동차 모닝의 선전도 스파크의 앞날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지난달 모닝은 5161대 팔려 전월 대비 263대 판매량이 증가했으나, 같은 기간 스파크는 278대 줄어든 3572대를 판매하면서 전월 대비 판매대수 격차가 벌어졌다.

 

사실상 스파크는 한국GM의 내수 판매량 중 40%가량 차지하며 판매 실적을 홀로 견인하고 있는 까닭에 하반기 내수 판매 실적에 적신호다.한국GM이 내수 회복 첨병으로 들여온 중형 SUV 이쿼녹스가 부진한 성적을 거두며 사실상 스파크는 한국GM의 단일 주력 모델로 굳어졌다. 지난 6월 출시된 이쿼녹스는 가격논란 등으로 인해 지난달 191대 팔려 전월 판매량(385)의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을 냈다.

 

이에 한국GM은 하반기 대규모 할인 정책을 내세워 단종차량의 재고분을 털고 판매 실적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특히 지난달부터 할인이 적용된 말리부의 할인 기간을 이달까지 늘릴 예정이다. 지난달 말리부는 할인 효과를 통해 1813대 팔려 전월 대비 42% 판매량이 증가했다. 아직까진 볼륨 모델로 기능하긴 부족하지만 수익성보단 시장 점유율을 키우기 위한 대책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의 월 판매량이 1만대도 되지 않는 상황에선 수익성 챙기기보다 일단 재고 털고 시장 파이를 키우는 게 시급한 상황이라며 할인에 의존해서 단기 판매량을 우선 높이는데 집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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