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에 안전장비 힘든데 배달 건수까지 급증…거리 위 오토바이 배달원 건강 위협

한 배달기사가 30일 서울시 중구 을지로 일대에서 배달을 하고 있다. / 사진=차여경 기자


#. 서울시 서대문구 구역을 담당하고 있는 한 배달대행업체 기사 문 아무개(35)씨는 하루에 약 30건 정도를 처리하고 있다. 문 씨는 “6월 월드컵 이후부터 배달량이 늘더니 폭염이 시작되자 배로 늘었다. 4~5월 배달량에 비하면 10건 이상 늘어난 듯 하다고 토로했다.

 

문 씨는 올해 여름 최고온도를 계속 경신하는데 헬멧, 조끼, 장갑 등 안전장비를 하고 늘어난 배달량을 소화하려니 힘들다차도를 달릴 때 버스에 나오는 먼지나 열기를 맞기도 한다. 그러나 폭염에 배달 서비스가 중지되거나 따로 수당을 (배달기사에게) 주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

 

배달기사들에게 여름은 또 하나의 전쟁이다. 7월부터 더운 날씨가 시작되면서 배달기사들은 보호장비, 자동차 열기 등을 이겨내며 배달을 하고 있다. 동시에 배달량이 급격하게 늘어나며 상황은 더 힘들어졌다. 기업이 온도를 낮춰주는 물품을 지원하고 있음에도 처우 개선은 아직 멀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배달대행 서비스를 하고 있는 기업들은 배달의민족 배민라이더스, 알지피코리아 요기요, 푸드플라이, 바로고, 메쉬코리아 부릉 등이 있다. 여기다 맥도날드 등 프랜차이즈 업체들과 계약한 배달대행업체까지 포함하면 500명에 가까운 배달기사들이 서울경기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강남권과 대학가는 하루 배달량이 평균 30만~50만 건을 기록하고 있다. 특성상 배달이 많은 지역은 60만 건까지 치솟기도 한다배달의민족 관계자는 “7월부터 본격적으로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전월 대비 배달량이 10%가량 늘었다”며 "최고 기온이 37~38도를 웃돌았던 지난 주 주말 주문 수는 최고 기온이 28~29도에 그쳤던 2주전 대비 17% 가량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배달기사들은 늘어난 배달 건수가 마냥 반갑지 않다. 배달기사들은 지역센터에서 잠깐 쉬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종일 거리에서 일하고 있다. 특히 배달기사들은 폭염특보 시 야외노동 제외 권고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무더위에도 주어진 배달량을 소화해야만 한다. 헬멧 등 안전장비나 차도에서 올라오는 열기에 건강을 위협받기도 한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실질적 지원이다. 앞서 지난 25일 배달기사 박정훈(34)씨는 폭염특보 시 배달 금지, 여름용 유니폼, 폭염수당 100원 지급 등을 주장하며 광화문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기도 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배달대행을 하는 김 아무개(27)씨는 헬멧, 장갑 등 안전장비 외에 여름용 옷을 입을 수 있게 하고, 폭염이 이어질 시 배달을 금지하거나 수당을 별도로 지급하는 등의 대책이 있으면 좋겠다배달도 하나의 직종이다. 환경 문제에 대한 안전망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몇 년 전부터 배달기사들의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스타트업들도 예방책을 마련하고 있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무더위 예방 용품 지급 및 휴식 보장, 개인의 건강에 따른 추가 휴식 조치 등을 제공 중이다. 배민라이더스 같은 경우에는 지역마다 센터가 있어 에어컨을 쐬며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이밖에도 아이스 머플러, 염분 캡슐 등 더위를 덜어줄 수 있는 제품들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로고 관계자는 수분섭취와 열을 받은 오토바이 관리법을 기사분들에게 제공하고 있다내년 여름에는 라이더분들이 조금이라도 더위를 타지 않을 수 있게끔 쿨조끼, 쿨토시와 같은 기능성 제품을 개발해서 보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