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간 이행여부 협상카드로 종전선언 제안 가능성…미국 결단에 주목

/그래픽=이다인 인턴 디자이너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라인 최고위층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나란히 미국을 찾아 북미 협상의 길잡이 역할에 돌입해 동시다발적으로 대북 전략 조율에 나섰다. 북미간 비핵화 성과 도출과 남북협력 활성화가 지연되자 문재인 정부가 이를 본격화하기 위해 이른바 중재외교를 시작하는 모양새다.


우리 측은 북미간의 이견을 조율하고 북미간 이상 기류에 대한 해결책으로 남북미 정상회담을 넘어 종전선언까지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미국의 결단에 따라 비핵화 협상 진행 여부가 판가름 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만났다. 정 실장은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노력과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북미 간의 비핵화 협상이 성공적으로, 가급적 빠른 속도로 추진될 수 있도록 여러 방안들에 대해 매우 유익한 협의를 했다”고 밝혔다. 이는 정 실장과 볼턴 보좌관이 북미 간 비핵화 협상 상황을 공유하고 우리 정부의 입장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6~7일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이후 2주가 지난 지금까지 실무협상에 대한 진전은 없는 상태다. 미국은 핵 프로그램 전체리스트와 비핵화 시간표를 제시하고 있으며 북한은 체제보장 조치의 첫 단추인 종전선언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우리 외교안보라인이 이번 동시다발적 회동을 통해 미국 측에 남북미 정상회담을 통한 종전선언을 설득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6·12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명시된 미군 유해 송환 협상이 일정 수준 궤도에 오른 만큼 판문점 선언에 적힌 종전선언을 미국 측에 제안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인 오는 27일 북한의 미군 유해 송환, 9월 유엔 총회에서의 남북미 종전선언, 10월 평양에서의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한반도 평화를 그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또한 11월 예정된 미국 중간선거 전 북미 대화에 성과를 내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화 장관은 “종전선언은 북미간, 남북 간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자는 정치적 의지의 표현이다. (비핵화 조치와 종전선언 간 선후관계에서) 어느 것이 먼저라고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는 종전선언이 일종의 정치적 선언인 만큼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가 없어도 가능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청와대 핵심 관계자 또한 9월 종전선언 가능성에 “북미 간 의견 접근이 더 이뤄져야 한다. 미군 유해송환처럼 구체적 조치들이 있으면 그런 분위기 조성에 도움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 이에 정 실장이 볼턴 보좌관을 만나 조기 종전선언을 설득했는지에 주목되고 있다.

정 실장은 볼턴 보좌관과 대북제재 예외 적용 방안을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8월 예정된 이산가족 상봉이나 남북 간 철도, 도로, 산림 협력을 위해서는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완화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강 장관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에게 부분적인 대북제재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외교부 고위 당직자는 “남북 간 판문점 선언 후속조치로서 (제재) 예외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며 “북미 대화가 협력을 이끌어 나가는 데 있어서 제재 틀 안에서 예외를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이처럼 적극적 외교에 나서는 데는 북미 모두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북한이 최근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쓸 데 없는 훈시질 하지 말라”고 비난하거나 이산가족 상봉 무산을 거론하고 나선 배경에 우리 정부가 적극적 역할에 나서 달라는 메시지가 깔렸다는 분석도 제기되기 때문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우선 북미간 협상 이행 속도가 예상보다 더딘 모습이다. 북미 양국은 이에 대해 불만을 품고있는 동시에 복잡한 대외전략을 상호 갖고있다고 생각한다. 북한은 북한 계획에 맞는 일정을 소화하려는 이유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것 같다”며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에서 종전협정에 응하지 않은 것도 북한이 구체적인 안을 내놓기 보다는 상당부분 주도권을 쥐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때 중요한 건 문재인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박 평론가는 “최근 북한이 문재인 정부의 경제위기설을 확산시키고 공격하는 모습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나서달라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전하는 것이다”며 “운전자석에 앉은 문 대통령은 북미 양국을 중재하려는 모습이다. 강경화 장관과 정의용 실장은 미국에서 현 시점과 문제점에 대한 논의했을 것이다. 남북간 고위급회담을 통해 풀어나가면서 가능하면 9월 유엔총회서 남북미 3국이 만나 종전선언 등을 논의할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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