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신용관리’ 서비스 열풍에도 한계는 존재…금융위 혁신으로 극복 임박

토스가 제공하는 신용등급 조회 서비스./이미지=토스

개인신용관리 기능을 도입하는 핀테크 기업들이 늘고 있다. 소비자들이 모바일 앱으로 자신의 신용정보나 등급 등을 확인하는 식이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마이데이터(My Data) 산업’ 도입 방안을 발표하면서 ‘핀테크 금융비서’ 시대가 도래할지 여부도 주목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핀테크 기업들은 지난해부터 주요 기능에 개인신용관리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의 ‘금융 분야 3대 추진전략 및 10대 추진과제’에 신용정보관리업이 포함되면서 신용관리도 핀테크 업계의 주요 목표 중 하나가 됐다.

◇핀테크 업계 ‘신용관리’ 열풍…한계도 존재

가장 대표적인 기업은 간편 송금으로 유명한 ‘토스(Toss)’다. 토스는 지난해 신용평가사 KCB와 제휴를 맺은 뒤 개인별 신용등급 정보와 카드 및 대출 보유 현황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무료 개인 신용등급 조회’ 서비스를 시작했다.

최근에는 신용관리에 특화된 전용 어플리케이션까지 등장했다. 핀테크 스타트업 윙크(Wink)는 지난 12일 무료 개인 신용관리 앱 ‘알다(ALDA)’를 개발해 공개했다. 알다는 무료신용조회, 간편 신용등급 올리기, AI 금융자산관리 등의 기능을 갖췄다. 현재 안드로이드 버전에 한해 베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핀테크 기업들이 신용관리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소비자 개개인에게 특화된 사용자 중심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김형석 윙크 대표는 “금융회사들이 만들어 놓은 상품을 이용하는 형태가 아닌, 맞춤복처럼 소비자 개개인에게 맞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 금융소비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서다”라고 설명했다.

토스의 서비스도 대출금 상환 시 신용등급 변동 여부까지 확인할 수 있게 하는 등 소비자 개인이 중심이 되는 서비스를 제공해 큰 인기를 얻었다. 지난 4월 말 기준 토스 신용등급 조회 가입자 수는 300만명을 넘어섰다. 이 밖에 뱅크샐러드, 브로콜리 등 기업도 관련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배포된 개인신용관리 서비스들은 한계가 있다. 고객이 금융사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신용조회 기업에 직접 제공해야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탓이다. 때문에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신용정보 활용에 따른 법률 규정도 명확하게 마련돼 있지 않아 개인 신용정보를 토대로 맞춤 상품을 추천해주는 ‘금융 비서’ 서비스도 확산되지 못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개인신용관리 관련 핀테크 기업이 등장하고 있으나, 서비스 수준이 제한적이며 정보보호, 보안 측면의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금융위, 정보 활용 활성화 나선다…‘금융 비서’ 시대 임박


/그래픽=금융위원회

이에 금융위는 지난 17일 신용정보를 한 번에 쉽게 조회하도록 하고, 신용관리까지 돕는 ‘마이데이터(My Data) 산업’을 활성화한다고 밝혔다. 마이데이터 산업은 은행, 보험, 증권사 등 여러 금융회사에 흩어진 개인 신용정보를 한데 모아 관리해주고 맞춤형 금융상품까지 추천해주는 산업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금융권 마이데이터 산업 도입을 위한 간담회에서 “정부는 그간 개인의 자기정보 통제권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한 규제가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보호로 이어지지는 못했다”며 “일반 소비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단순하고 효율적인 정보제공을 통해 정보주체이자 소비자로서 개인의 권리를 실질화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금융위는 올해 안에 신용정보법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금융회사가 고객 동의 하에 데이터 사업자에게 개인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개인신용정보 이동권’도 마련될 전망이다. 해당 제도가 도입되면 소비자는 개인신용관리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매번 금융사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제공하지 않아도 된다. 정보 이동은 안전한 표준API 방식으로 이루어져 개인정보 유출 우려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개인금융비서’ 서비스가 등장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된다. 금융위는 개인신용정보를 기초로 재무현황, 소비패턴 등의 데이터 분석정보를 제공하는 업무, 로보어드바이저 형식의 금융 자문 업무 등을 허용할 방침이다.

이번 개정은 ‘개인금융비서’ 시대를 불러올 전망이다. 개인신용관리 서비스들이 한 층 더 쉽게 신용정보를 공급 받고, 관련 금융 자문까지 제공할 수 있게 되면서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금융회사로부터 신용정보를 제공 받는 것이 제도적으로 보장됐다”며 “대출상품 추천, 소비패턴 분석 등에 필요한 정보까지 충분히 제공 받을 수 있게 되면서 기존 개인신용관리 서비스들이 비서 역할까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해외에선 이러한 마이데이터 산업이 활성화돼있다. 고객의 대출 연체율, 계좌 잔액 등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크레디트 카르마’, ‘민트닷컴’ 등이 그 예다. 미국 1위 업체인 크레디트 카르마는 지난해 말 기준 가입자 수 6000만명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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