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중간선거 앞두고 신중 모드…비핵화 협상 속도 조절로 단계적 접근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비핵화 협상이 장기화 될 것을 공식화했다. 북미 양국이 싱가포르 회담 결과 이행 과정에서 이른바 샅바싸움을 펼쳤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협상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단계적 접근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미·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 협상 과정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17일(현지시간) 미국 CBS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6·12 북미정상회담 이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회담 결과 이행을 위해 얼마나 빨리 움직이고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이것은 수십년 간 계속돼 온 것이지만 나는 정말로 서두르지 않는다”며 “그러는 동안 막후에서 아주 긍정적인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를 ‘과정(process)’이라고 표현하며 시간이 걸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 다만 이처럼 서두르지 않겠다고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대한 속도 조절을 공식화하면서 단계적 접근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북한 비핵화와 체제보장 문제를 속전속결 식으로 해결하는 일괄타결론을 강조해왔다. 북핵 이행단계를 설정하고 단계별로 비핵화 조치와 상응조치를 동시적으로 실행에 옮기는 접근방식을 피하겠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 이후 후속 고위급회담을 거치면서 북한 비핵화가 시간이 걸리고 일정한 단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영국에서 열린 테리사 메이 총리와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은 과정이다, 아마도 사람들이 바라는 것보다 더 긴 과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미국이 비핵화 로드맵, 이행절차 규정, 검증의 어려움 등을 감안할 때 북한 비핵화에 일정한 절차와 시간이 필요하고 단기간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형성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협상문제에 대해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인터뷰를 통해 “러시아는 비핵화 프로세스의 일부로 북한에 안전보장을 제공하는 데 참여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이에 비핵화와 함께 다자 안전보장 체제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아울러 그동안 단계적 접근방식을 강조해온 푸틴 대통령이 이번 미러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문제를 풀어갈 것을 조언했을 가능성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 때까지 속도 조절을 하면서 일정한 성과를 내고, 재선 때 완벽하게 북핵을 해결하는 최고의 성과를 내려는 전략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전 평론가는 “북핵 이행과정에서 부분적으로 파열음이 나고 있지만 이는 정치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과정 중 하나로 본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인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시기 조절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핵 관련된 협상이 청신호라는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전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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