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커넥티드카·자율차 핵심 플랫폼으로 미래 먹거리 부상…기술 뒤처진 완성차 업체, IT 업체에 ‘주객전도’ 우려도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기아 비트360에서 열린 '안드로이드 오토' 출시 행사에서 로렌스 김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 리드 프로덕트 매니저가 현대·기아자동차, 카카오 등 국내 업체와 손잡고 내놓은 자동차용 앱 '안드로이드 오토'의 주요기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구글이 국내에 ‘안드로이드 오토​를 출시하며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장 경쟁이 가열되는 모양새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향후 커넥티드카, 자율주행차 등 미래 신산업의 기반 플랫폼이 되는 까닭에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는 물론, 국내‧외 완성차 업체까지 협업에 나서며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향후 ICT 기업들의 자동차 산업 합류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완성차 업체들과 산업간 주도권 경쟁도 예상된다. 


이달 12일 구글은 현대·기아자동차, 카카오모빌리티와 손 잡고 국내에 안드로이드 오토를 출시했다. 안드로이드 오토는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차량에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을 연결하는 것만으로 사용 가능하며 음성만으로 내비게이션,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등 세 가지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현대·기아차는 시판 중인 전 차종에 안드로이드 오토를 적용하며 발 빠르게 보급화에 나섰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등 일부 수입차 업체도 스마트폰 통합 패키지가 장착된 주요 차종에서 안드로이드 오토 호환 및 활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 중 80% 이상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안드로이드 오토의 시장 성장세는 크게 가파를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그간 국내에서 사용된 애플 카플레이는 호환되는 모바일 내비게이션 앱이 없어 사용률이 저조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차 내부에서 이용되는 단순 스마트폰 미러링 기능에 그치지 않는다. ​업계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향후 커넥티드카 산업의 기반 플랫폼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더 나아가 모든 차가 통신망으로 연결돼 정보를 주고 받는 자율주행차 구현에 필수적인 까닭에 국·내외 업계가 주목하는 미래 먹거리다. 

 

국내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장에는 이동통신사와와 카카오, 네이버 등 IT 업체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운전자와 스마트폰, 차와 외부 사물까지 연결하는 통신기술을 요구하는 까닭에 IT업체들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구글의 가세로 업계 1위 음성인식 내비게이션 서비스 'T맵x누구'를 보유한 SK텔레콤은 긴장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도 촉각을 곤두세우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업체 중에선 현대차가 다양한 IT 업체에 투자를 이어가면서 인포테인먼트 및 커넥티드카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10월부터 미국 사운드하운드와 협업해 음성인식 정보검색 기술을 개발했다. 지난 10일엔 중국 IT 기업 바이두와 손잡고 커넥티드카 기술 동맹을 강화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5월 독일 콘티넨탈 출신 인포테인먼트 소프트웨어 전문가인 칼스텐 바이스 박사를 인포테인먼트 소프트웨어 개발 담당 상무로 영입한 바 있다.​ 쌍용차는 지난해 LG 유플러스와 커넥티드카 개발을 위한 MOU를 체결한 바 있으며 내년 중으로 커넥티드카 출시를 앞두고 있다. 해외선 아우디가 중국의 IT기업 화웨이와 전략적 제휴 MOU를 체결하는 등, 커넥티드카 개발을 위한 물밑 작업이 활발하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완성차 업체들의 인포테인먼트 개발 수준이 사실상 구글, 애플 등 IT업체의 기술력엔 다소 뒤쳐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노하우나 기술력 측면에서 IT 기업에 밀릴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완성차 업체서도 자체적으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그런 준비가 없을 경우 하드웨어만 만드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라며 “완성차 업체가 성능은 약간 부족해도 커넥티드카에 적용되는 모듈 등을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이유는 향후 IT기업에서 내놓는 인포테인먼트 플랫폼을 적정한 가격에서 구매하기 위해서다. 어느 정도 기술력을 보유한 상태에선 IT 업체서 판매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자사의 사정에 맞는 요구사항도 반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IT업체가 자동차 산업에 합류하는 비중이 점차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업체간 기술 주도권 경쟁이 예상된다. 일각에선 자동차 산업의 무게 중심이 점차 IT업체 쪽으로 쏠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린카 대표이사로 재직했던 이봉형 박사는 “유럽에선 2020년까지 생산되는 모든 신차에 SOS 버튼을 탑재하도록 돼 있다. 구조 요청의 단순 기능이지만 모든 차량에 통신망이 적용되는 커넥티비티를 구현하게 된다는 의미”라며 “전통적인 자동차 시장은 규모가 크고 견고한데다가 수십년간 쌓여온 마케팅 전략을 보유하고 있어 IT 산업과 주객이 완전히 전도되는 일은 쉽사리 일어나진 않을 것이라 본다​고 내다봤다.

 

다만 ​IT업체가 자동차 산업에 합류하는 비중은 점차 늘어남에 따라 완성차 업체 입장에선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국내 자동차 업계선 LG, 삼성 등 IT기업의 산업 진입을 경계하는 동향이 관측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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