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성장 폐기” vs “‘을의 전쟁’ 부추김 중단해야”…정부‧여당, 민생법안 처리 촉구

문재인 정부의 경제기조인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야당의 전방위적 압박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6일 ‘최저임금 속도 조절론’을 사실상 공식화하면서, 야당들은 소득주도성장 자체의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의 경제위기 속에서 소득주도성장이 현실상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정부 주도의 성장 정책에 대해 여전히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반면, 정부와 여당은 이러한 야당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최저임금 정책=소득주도성장’으로 몰고 가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 정부‧여당의 입장이다. 소득주도성장이 제대로 된 정책적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최저임금 정책뿐만 아니라 다수의 민생법안이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그동안의 국회 ‘공전’에 책임이 있는 야당을 지적하면서, 약 1만 건의 국회 계류 법안에 대한 심사‧처리에 협조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다.

다만, 최저임금 정책과 관련해서는 정부‧여당은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 16일 문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지원책’을 제도적 차원에서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특히 정부‧여당은 근로장려제세(EITC) 지원‧지급액 대폭 확대, 임대료 문제‧카드수수료 인하 등 방안을 마련하는데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오른쪽부터), 바른미래당 이언주, 정운천 의원이 16일 오후 서울 성북구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사무실을 방문,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편의점주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소득주도성장 폐기”…“최저임금, 합리적 수준 조정해야”

야당의 대(對) 정부 공세가 거세다.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등 보수 야당들을 중심으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 중심에 있는 최저임금 정책을 두고 ‘정부의 일방적 정책’‧‘시장 파괴 정책’ 등 거친 언사를 쏟아내고 있다.

최근 김종석‧추경호‧김용태 등 자유한국당 의원, 정운천 바른미래당 의원 등과 함께 ‘시장경제살리기연대’라는 초당적 모임을 만든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소득주도성장 이론 자체가 검증된 적이 없고, 프랑스 사회당 등에서 실패한 경험이 있는 만큼 더 이상 진행돼선 안 된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그는 전날 문 대통령이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사실상 폐기한 것과 관련해서도 “공약 파기를 사과할 때가 아니라 이런 비현실적인 잘못된 공약을 내놔서 수많은 실직자와 자영업자들을 어려움에 처하게 한 이 상황에 대해 사과를 해야 된다”며 강력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갑질’과 불공정한 계약 등이 중‧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본질이라는 여당의 주장에 대해서도 우리나라의 경우 자영업자 비율이 높고, 인건비 비중이 압도적으로 커졌다는 점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반박했다.

시장경제살리기연대의 또 다른 참여자인 추경호 의원도 이와 관련해 정부‧여당이 최저임금에 대한 비판 여론을 카드회사‧대기업 등을 돌리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을 합리적 수준으로 조정하고, 대기업 프랜차이즈 갑질‧불공정계약 문제 등은 별도로 논의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및 저소득층 지원대책' 당정협의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과 얘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與 “野, ‘을의 전쟁’ 부추겨”…최저임금 후속 대책 마련

이러한 야당의 공세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을(乙)의 전쟁’을 부추기고 있는 행위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민주당은 미‧중 무역 분쟁, 국내 인구 감소, 산업구조 변화 등 다양한 요인들이 경제지표에 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에서 야당이 모든 책임을 최저임금 인상을 필두로 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뒤집어씌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소득주도성장은 열악한 임금, 세계 최장 수준의 노동시간 등을 개선해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라고 의미를 부여하면서, 이를 부정하는 행위는 옳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상가임대차보호법, 카드수수료 인하, 가맹사업법 등 민생법안에 대한 신속한 처리에 야당의 협조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 법안들이 함께 처리가 돼야 제대로 된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일관된 입장이다. 게다가 일각에서는 올해 들어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드라이브를 거는 것과는 반대로 야당의 ‘국회 보이콧’과 6‧13지방선거 등으로 인해 국회가 공전하는 바람에 국회 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이뤄지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최저임금 정책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속도 조절론’으로 방향을 선회한 만큼 민주당은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이날 당정협의 이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저소득층에 대한 일자리‧소득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구체적으로 근로장려금 대상‧지급액 대폭 확대, 저소득층 어르신에 대한 기초연금 조기 인상,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완화, 청년 구직활동지원금 지원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최저임금과 관련해서도 일자리 안정자금 개선, 소상공인 카드수수료 인하, 상가 임대차 보호 등 최저임금 인상 후속대책을 마련하고, 가맹점주와 하도급 업체의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본사, 대기업과 나누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상가 임대료, 신용카드 수수료, 프랜차이즈 가맹료에 대한 입법화를 야당의 협조를 통해 서둘러 진행하겠다면서, 특히 상가 임대차 보호법 개정안을 오는 26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처리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