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통신 역사 한눈에…부의 상징이던 벽돌에서 베젤리스까지

촬영·편집=김률희 PD
9일부터 오는 31일까지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대한민국 휴대전화 30주년 기념 특별전인 ‘세대를 넘어 마음을 연결하다’ 전시회가 열린다. 9일 관람객이 모바일 오케스트라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추억이 새록새록 생각나네요. 제가 쓰던 벽돌폰이 저기에 있어서 반가워요. 정말 비쌌는데 직장인들 사이에선 유행이었죠.”
때 묻은 모토로라 TAC-5000S을 가리키며 한 관람객이 추억에 잠겼다. 이 기종은 당시 전 세계에 1억대 이상 팔린 인기 모델이다. 당시에는 벽돌폰 가운데 가장 가벼운 전화로 인기를 얻었다. 액정화면도 없지만 지금의 스마트폰보다 족히 3배는 더 무거워 보였다.

우리나라의 눈부신 통신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9일부터 오는 31일까지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대한민국 휴대전화 30주년 기념 특별전인 ‘세대를 넘어 마음을 연결하다’ 전시회가 열린다. 이번 전시회는 SK텔레콤의 후원으로 이뤄졌다. 이 전시회에는 30년간 인기를 끌었던 휴대전화 제품과 우리나라 통신 기술이 차례로 나열됐다.

전시된 120대의 휴대전화에서 수 십 개의 추억을 찾기는 충분했다. 80~90대는 SK텔레콤 대전 중부지사 셀룸에서, 나머지는 여주 폰박물관,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등에서 제공했다.

9일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휴대전화 30주년 기념 특별전인 ‘세대를 넘어 마음을 연결하다’에서 벽돌폰이 전시돼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유선전화보다 무거워 보이는 벽돌폰, 냉장고폰이었다. 최신형 스마트폰과 비교하면 아주 투박한 모양새지만 당시 이 휴대전화는 부의 상징이자 직장인들의 애정 아이템이었다. 당시 휴대전화 가격은 지금 내로라하는 스마트폰 프리미엄급보다 훨씬 고가였다.

모토로라가 국내에 처음으로 출시한 휴대전화인 다이나 TAC8000SL 모델의 출고가는 240만원이었다. 당시 엑셀 현대 엑셀 승용차 한 대가 400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가격이다. 엄청난 고가 제품도 30년이 지난 지금 바라보면 고대 유물정도의 느낌이었다.

SK텔레콤의 전신인 한국이동통신은 지난 1988년 7월 1일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아날로그방식 기술을 이용해 휴대전화 서비스를 국내에 처음 선보였다. 30년이 되는 시점에서 그동안의 이동통신 변화와 역사를 돌아보고 다가올 5세대(5G)를 준비하기 위해 이번 전시회를 마련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동통신이 변화하면서 고객들의 삶도 많이 바뀌었다”며 “이 부분들을 되돌아보고 이동통신이 생활에 어떤 변화에 기여했고 또 어떤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지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가족들이 자주 찾는 박물관의 특성상 부모가 사용했던 휴대전화를 자녀에게 보여주면서 재미있고 친근하게 전시를 관람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었다.

9일 열린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대한민국 휴대전화 30주년 기념 특별전인 ‘세대를 넘어 마음을 연결하다’ 전시회에서 SK텔레콤의 통신 업적이 나열돼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전시회에는 유독 ‘최초’라는 단어가 많았다. ▲AMPS 방식의 1세대 휴대전화 서비스 첫 개시부터 ▲세계 최초 CDMA 방식의 이동전화 서비스 시작, ▲세계 최초 동기식 IMT-2000 상용화, ▲세계 최초 HSDPA 상용화, ▲세계 최초 HSUPA 사용망 구축, ▲국내 최초 4G LTE 서비스, ▲세계 최초 HD 보이스 상용서비스, ▲세계 최초 LTE 자동 로밍 서비스, ▲세계 최초 LTE-A 상용서비스 개시 등이었다.

이동통신의 역사가 곧 SK텔레콤의 역사인 점이 눈에 보였다. 오래돼 잊고 지냈던 SK텔레콤의 영광스러운 기록들을 되새기고 다가올 5G에 대한 자신감을 각인시키기 위해 전시가 마련된 셈이다.

9일 열린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대한민국 휴대전화 30주년 기념 특별전인 ‘세대를 넘어 마음을 연결하다’ 전시회에서 삼성전자의 최초 폴더형 폰에 '할 수 있다는 믿음'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국내 최초의 휴대전화는 삼성전자의 SH-100 모델이다. 이 모델은 1988년 88서울올림픽 개막식에서 처음 공개됐고 냉장고폰, 벽돌폰 등의 별칭으로 불렸다. 이듬해인 1989년 5월부터 공식 판매됐다. 삼성전자의 최초 폴더형 폰인 SCH-800의 회로기판에는 ‘할 수 있다는 믿음’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어 놀라움을 자아냈다.

이제는 후순위로 밀려난 제조사들의 활약상도 눈에 띄었다. LG정보통신의 LDP-200 모델은 세계 최초 CDMA 상용화 디지털 방식을 채용한 모델이었다. LG전자의 SU-660 모델은 세계최초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해 월드 기네스에 등재되기도 했다. 이 휴대전화는 당시 세계 최초로 4.0인치 디스플레이 스마트폰이다. 2007년 출시한 LG전자 SB310, 프라다폰은 세계 최초 풀 터치폰이었다. 혁신을 선도하던 모토로라, SK텔레콤에서만 판매되던 고가 제품이었던 스카이 제품들도 눈길을 끌었다.

9일 열린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대한민국 휴대전화 30주년 기념 특별전인 ‘세대를 넘어 마음을 연결하다’ 전시회에서 당시 인기를 끌었던 휴대전화가 전시돼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여러 휴대전화를 보면서 가족, 친구 등 해당 모델을 사용했던 다양한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개별 애칭도 떠올랐다. 최근 획일화된 스마트폰 디자인과 달리 과거에 나온 휴대전화는 각각의 개성이 더 진했다. ‘빨간눈’, ‘초콜릿’, ‘가로본능’, ‘고아라폰’ 이라는 이름이 이 개성을 대변했다. 그 당시 콘셉트에 맞게 제작된 광고와 연예인도 함께 연상됐다. 모델명보다는 별칭에 대한 설명을 표시해뒀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휴대전화 전시 외에도 주요 단말기의 벨소리를 이용해 음악을 연주해 커다란 인기를 모았던 ‘모바일 오케스트라’ 공연도 있었다. 16화음, 64화음이 모여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연주했다. 다소 단조로운 음역대지만 색다른 매력이 있었다.

한 어린이가 유심히 모바일 오케스트라 공연을 관람하더니 이내 벽돌폰 앞에 걸음을 멈춰 섰다. 벽돌폰 옆에 붙은 설명을 제대로 이해하기에는 한참 어린 나이었지만 이 아이는 한동안 걸음을 옮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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