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업종, 연구개발비 자산화 부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이슈가 막바지를 향해 치닫는 가운데 제약·바이오 업종에서는 연구개발비 논란이 부각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제약·바이오 업종에서 연구개발비를 자산화하면서 이익을 부풀린다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반면 제약·바이오 업종에서는 업계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의심받는 상황이 불편하다 / 사진=뉴스1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이슈가 막바지를 향해 치닫는 가운데 제약·바이오 업종에서는 연구개발비 논란이 부각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제약·바이오 업종에서 연구개발비를 자산화하면서 이익을 부풀린다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반면 제약·바이오 업종에서는 업계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의심받는 상황이 불편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 의혹을 받는 가운데 쟁점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배력 관련 회계처리 변경과 미국 바이오젠의 콜옵션 부여 공시 위반, 삼성바이오에피스 연구개발비 자산화 등으로 요약된다. 이 가운데 상대적으로 판단이 어려운 이슈가 연구개발비 자산화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연구개발비를 비용으로 처리하지 않고 자산으로 처리하면서 기업가치를 끌어올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을 앞둔 시점이라 비용을 뒤로 미뤘다는 의혹을 받는 부분이다. 다만 연구개발비의 자산화는 일률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판단이 쉽지 않은 이슈다.

 

연구개발비는 이름 그대로 당장 수익이 나는 곳이 아니라 기업의 미래를 위한 연구개발에 사용하는 비용이다. 향후 수익을 위한 투자라는 점에서 이 비용은 회계상 자산화할 수 있다.  

 

회계의 기본 원칙 중 하나는 수익과 비용의 대응이다. 수익이 발생하면 관련 비용이 항상 따라 붙어야 한다. 반면 당장 수익이 나지 않는다면 자산으로 잡아둔 다음 추후 연관 매출이 발생할 때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다. 비용처리 이전까지는 무형자산으로 분류된다. 개념상으로는 단순하지만 현실적으로는 판단이 쉽지 않다.

 

한 중견업체 관계자는 "연구개발비라고 해서 연구 재료를 구매하고 장비를 마련하는 비용일 것 같지만 대기업이 아닌 이상 실제로는 비용의 대다수가 구분이 어려운 경상비용"이라며 "연구 성과를 칼같이 잘라내서 분류하기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연구개발비를 비용처리할지 자산으로 처리할지에 따라 기업실적은 크게 갈린다. 비용으로 처리할 경우 당장 순이익이 줄어들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수익성이 낮은 기업이라는 인식을 줄 수 있다. 대다수 기업들이 자산화를 선호하는 이유다. 다만 자산화하더라도 실제 지출은 이미 집행됐기 때문에 현금흐름에는 차이가 없다. 

 

향후 수익 판단의 어려움 때문에 현금 상황이 비교적 안정적인 대기업들은 자산화 대신 비용처리를 선택한다. 쓸 데 없는 의심을 피하고 수익성의 순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실제로 국내 대표 상장사인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구개발비 가운데 3%만 무형자산으로 처리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3년간 연구개발비의 자산화 비율이 10%이 되지 않는다.

 

반면 제약·바이오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자산화 비율을 보여주고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연구개발비 가운데 70% 가량을 무형자산으로 자산화했다. 차바이오텍도 연구개발비 가운데 76%를 자산화했다. 이 때문에 금융감독원에서는 제약·바이오 업체 10곳에 대해 특별감리를 결정하기도 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다른 업종과의 차별성을 지적하고 있다. 일단 연구기간이 상대적으로 길어 관련 비용 비중이 높다. 또 해당 연구가 실패했다 하더라도 다른 연구의 근간이 될 수 있어 향후 매출과 연관성이 전혀 없다고 하기도 어렵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최근 한국바이오협회는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실에 업계 의견을 전달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과 셀트리온 등 코스피에서 거래되는 국내 대표 바이오시밀러 업체들의 입장은 더욱 분명하다. 바이오시밀러 업종 특성상 연구개발의 실패 가능성은 다른 곳에 비해 낮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자산화 가능성도 더 높게 봐야한다는 이야기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대다수 업체들이 연구개발에서 매출이 발생하기까지 10년에 가까운 시간을 필요로 한다"며 "다른 업종과 비교하는 것은 업계를 이해 하지 못하는 판단"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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