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 정치권 항공사업법 개정안 발의…부처 이견에 진통 예상도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올 하반기 국토교통부의 신규 항공면허 발급심사를 앞두고, 공정거래위원회와 정치권의 움직임에 시장 진입 문턱이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공정위가 기존 항공시장의 독과점을 비판하고 나선 가운데, 지역구 기반을 둔 정치권에서도 '사업자 간 과당 경쟁 우려' 조항을 삭제한 개정안을 발의한 까닭이다.

그러나 기존 사업자들이 신규 사업자 진입을 반대하는 상황에서 정부 부처 간 이견을 보이고 있어 향후 진통도 예상된다. 최소한의 안전 운항 기준을 맞춘 업체에 면허를 우선 발급하되, 사후관리·감독을 강화해 업체의 안전 요건을 점검해야 한다는 대안도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항공 면허기준 강화 방안이 적용되는 오는 7월을 중심으로 신규 사업자들이 항공운송면허를 신청할 예정이다. 플라이강원은 지난달 국토부에 신규 항공면허를 신청했으며 에어로케이, 프레미아항공 역시 내달 중으로 면허를 신청할 계획이다. 올 하반기에만 이들 업체를 포함한 5곳의 업체가 면허 신청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에어로케이는 지난해 12월 ‘사업자 간 과당경쟁 우려’를 사유로 국토부로부터 면허가 반려됐다. 현행 항공사업법 8조는 항공운송사업의 면허 기준으로 자본금, 항공기 보유대수, 재무능력, 안전, 이용자편의와 함께 사업자간 과당경쟁의 우려가 없을 것을 명시한다. 당시 국토부는 LCC 사업을 준비하는 업체들이 시장 진입 시 국적사 간 과당경쟁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다.

홍승희 항공산업과 사무관은 “항공운송업은 안전이 최우선시 되는 특수업종으로 신규 면허 발급에 있어 어느 정도 기준을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항공사업법에 명시된 ‘사업자 간 과당 경쟁 우려'라는 정성 요건에 따라 철저하게 법리적으로 면허를 반려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과당 경쟁’이란 국토부 해석을 두고 업계서 다양한 이견이 제기된다. 객관화된 기준과 지표가 없는 정성적 요건이 면허권자에게 광범위한 재량권을 부여한다는 지적이다.

공정위는 항공업계의 독과점 구조를 지적하며 신규 사업자 진입제한 규제에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해 12월 공정위는 시장구조조사 보고서를 펴내고 항공운송업을 독과전 산업으로 분류한 바 있다. 업계 3위를 차지하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등의 시장점유율이 70%를 넘는 상황에서 신규 사업자의 진입을 막을 경우 전체 산업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공정위는 항공시장 구조에 대한 용역연구를 진행하고 내년 상반기 중으로 국토부에 반대 입장을 표명할 계획이다.

청주, 양양 등 지역에 기반을 둔 정치권에서도 지방공항 활성화를 위해 신규 LCC 진입 문턱을 낮추기 위한 개정안 발의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행 항공사업법 중 신규사업자 면허심사 기준에서 '과당경쟁 우려'라는 표현을 삭제한 '항공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변 의원은 “‘과당 경쟁 우려​라는 조항은 기존 사업자의 이익을 과도하게 보호하고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가로막는 근거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의 조사와 함께 일부 정치권의 법제화 움직임에 올 하반기 신규 LCC 업체의 면허 발급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국토부가 더 이상 ‘과당 경쟁’이라는 이유로 면허 발급을 보류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운수권, 슬롯 등 제한된 자원을 활용해야 하는 항공운송사업은 정부의 규제와 간섭이 불가피한 특성이 있다​며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안전운항 체계, 소비자 보호제도 등 최소한의 조건만 갖추면 업체간 시장 경쟁에 맡겨두는 추세다. 정부는 인허가 이후 지속적인 시장 모니터링을 실시하며 사업권 갱신제도와 같은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사후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아직까지 연내 신규 면허 발급을 단정짓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발의된 개정안이 통과 되거나 공정위가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시점이 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아 연중 국토부 면허 심사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신규 사업자 진입을 두고 공정위와 국토부가 엇갈린 견해를 보이고 있어 향후 정부 부처 간 진통도 예상된다.

LCC 업계 관계자는 “관계 부처가 지방선거, 진에어 면허 취소 등 굵직한 이슈에 대응하면서 신규 항공면허 심사 건에 대한 논의가 다소 늦어진 측면이 없잖아 있다고 본다. 국토부에선 지난 4월 입법예고한 항공사업법 제도개선도 진행하는 중​이라며 ​지방공항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얽힌 까닭에 신규 면허 발급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대외 여건과 함께 추후 동향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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